[사설] 원자력 부흥시켜 에너지난과 기후 위기 넘겠다는 유럽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일 원전과 수소를 중점 육성하겠다는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 원자력 폐기물 관리, 수소 인프라 확충 등에 80억유로(약 11조원)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11일에는 프랑스·핀란드 등 유럽 10국 장관들이 “기후변화와 싸울 때 원전은 최상의 무기다. 유럽은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공동 기고문을 각국 신문에 발표했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전 세계 에너지 부족 사태를 반영한 것이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축소로 유럽의 난방 가스 가격이 1년 사이 5배 폭등했다. 북해 풍력 발전이 원활치 않아 영국 전기료는 작년의 7배까지 치솟았다. 탄소 중립 추진으로 석탄이 부족해지면서 중국도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다.
사실 한국이야말로 에너지 취약국이다. 2019년 석탄·석유·천연가스 수입이 1267억달러(약 150조원)로 총국가 수입액의 4분의 1에 달했다. 거기에 정부는 지형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태양광·풍력 일변도 정책을 펴고 있다. 태양광·풍력 전력 비율을 6%에서 30년 뒤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원자력은 현재 28%에서 6~7%로 낮추겠다고 한다. 정부 스스로도 속으로는 믿지 않을 ‘믿거나 말거나’ 숫자들이다.
태양광·풍력의 출력 변동을 보완하는 가스 발전이 늘면서 한국전력의 적자가 심각해졌다. 정부는 수소를 보조 에너지로 쓰겠다는 것이지만, 수소는 80%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안보에 실패하면 경제가 파탄 난다. 지금의 LNG 부족 사태도 푸틴의 유럽 길들이기 시도라는 분석이 많다. 푸틴은 에너지가 국제 정치를 좌우한다는 자원경제학 박사 논문을 쓴 사람이다.
세계가 원전 부흥을 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독점하고 있는 원전 시장을 되찾아와야 한다며 원자력 재건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원전 산업 생태계가 망가진 상태다. 한국은 미국, 프랑스의 절반 비용으로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원전 협력을 약속한 것도 함께 원전 수출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절박한 탄소 중립 역시 원자력 없이는 달성 불가능하다. 원자력은 우라늄 공급 국가가 분산돼 있고 2년 치 연료를 저장할 수 있어 안정적인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의 어떤 측면에서 봐도 원자력이 필수적이다. 지금 상황은 원전 선진국 한국엔 커다란 기회인데 난데없는 탈원전 정권이 이 기회를 날리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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