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논문 표절 조사도 ‘내로남불’
재작년 9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서울대 법학 석사 학위 논문이 일본 문헌 10여 편을 출처 표시 없이 50군데 이상 베껴 썼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UC버클리 로스쿨에서 받은 박사(JSD) 논문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와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의 논문 등 여러 해외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서울대의 판단은 그때부터 10개월 후인 작년 7월에야 나왔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석사 논문은 “123군데에서 ‘타인의 문장을 정확한 인용 표시 없이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해 연구 윤리 지침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다. 박사 논문도 “타인의 문장을 마치 자기 것처럼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해 연구 윤리 지침 위반”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렇게 연구 부정, 연구 부적절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해 사실상 표절을 인정했지만, 위반 정도는 경미하다며 제재 요청은 하지 않기로 결정해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 서울대가 조국 교수 논문 검증을 주저할 때 교육부가 연구 윤리를 강조하며 서울대에 논문 검증을 요구한 적은 없다.
현재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인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의 석·박사 논문 표절 논란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인 그는 인사청문회 때 “친일 잔재 청산을 외쳐왔는데 자기 논문은 일본 문헌들을 대거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듬해 서울대는 “석사 학위 논문 136곳에서 다른 문헌의 문장과 같거나 비슷한 문장들을 적절한 인용 표시 없이 사용했다”며 “연구 부적절 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교육부는 ‘연구 부정 아니다’라는 해명 자료를 내고 “김 장관은 청문회 때 ‘연구 부정행위’로 판명 나면 사퇴 등 거취를 표명한다고 했기 때문에 종전 입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연구 부적절 행위’이니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이었고, 끝까지 사퇴하지 않았다.
이랬던 교육부가 요즘 ‘연구 윤리’를 부쩍 강조하고 나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의 국민대 박사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것이다. 국민대가 자체 예비 조사에서 검증 시효가 지나 본 조사를 안 하겠다고 하자, 지난달 교육부는 논문 조사 계획을 내라고 국민대에 공문을 보냈다. 이에 국민대가 “예비 조사 과정과 규정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보고하자 교육부는 지난 12일 “과정이 아니라 결과에 대해 재검토하라”고 공문을 또 보냈다. 본 조사를 하라고 압박한 셈이다. 이튿날 국민대 교수회가 김씨 논문 조사에 대한 의견 표명 여부를 놓고 진행한 투표는 득표율 미달로 부결됐다. 교육부는 국민대에 조사 계획을 거듭 요구하며 “연구 윤리 확립을 위한 엄정한 지도 감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가 이전에도 같은 태도를 보였다면 이번 조치가 정파적이라는 오해는 받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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