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이재명 앞 3중 장애물… 與 분열, 대장동, 지지율 하락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2021. 10. 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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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핵폭탄과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스텔스(?)’ 선거인단 폭격으로 민주당이 쑥대밭이 됐다. 가까스로 결선 투표 없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이재명 지사는 앞으로 정치적·법적·지지율 허들을 넘어야 한다. 하나라도 걸리면 바로 탈락이다.

당장 ‘경선 불복’과 ‘후보 교체’라는 정치적 허들을 넘어야 한다. 가장 급한 경선 불복 불은 일단 껐다. 민주당 당무위원회는 경선 무효표 처리와 관련한 이낙연 후보 측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가 이미 나온 데다 당 원로들과 경쟁 후보 모두 승복을 압박하는 상황이라 버티기 어려웠다. 승복은 불가피했다.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 사퇴자 득표의 처리 문제는 과제를 남겼지만, 그에 대한 당무위원회 결정은 존중합니다. 저는 대통령 후보 경선 결과를 수용합니다 동지 그 누구에 대해서도 모멸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됩니다. 그 점을 저는 몹시 걱정합니다.” 때를 놓친 승복이라 감동은 부족했다.

가장 치열했던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불과 1.5%포인트 차로 패배한 박근혜의 인상적인 승복 연설이 생각난다. “저 박근혜 경선 패배를 인정합니다.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합니다경선은 이제 끝났습니다. 경선 과정의 모든 일들, 이젠 잊어버립시다.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몇 날 며칠이 걸려서라도 잊읍시다.” 승복은 빠를수록 감동적이다. 현장에서 깨끗하게 승복함으로써 ‘아름다운 패배’로 역사에 남았다.

패배의 아픔은 몇 날 며칠 만에 사라지지 않는다. 크게 졌다고 쓰라림이 덜 한 것도 아니다. 1984년 미국 대선에서 레이건 대통령에게 참패한 민주당의 월터 먼데일이 1972년 닉슨 대통령에게 대패한 조지 맥거번을 찾아가 물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면 패배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습니까.” 맥거번이 답하기를 “내 그날이 오면 제일 먼저 전화 주리다.” 선거 패배란 그런 것이다.

이낙연의 승복으로 경선 불복은 봉합됐지만 이낙연 지지자들의 승복은 또 다른 문제다. 이들의 지지 유보와 이탈은 이재명 지지율 상승을 짓누르는 무거운 장애물이다.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한 이재명이 국민의힘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 계속 지는 결과가 발표되면 ‘후보 교체’ 주장은 다시 발화될 것이다.

이재명의 운명을 좌우할 두 번째 허들은 ‘대장동’이다.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던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하여,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압박했으니 검경도 더 이상 뭉갤 수 없다. 국민은 2016년 ‘최순실 게이트’ 기준으로 2021년 ‘대장동 게이트’ 수사를 지켜볼 것이다.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①기소 ②불기소 ③특검 수용이다. 어떤 결론이든 후폭풍은 불가피하다. 최악의 경우 이재명 후보가 기소된다면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버금가는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여당은 ‘정면 돌파’와 ‘후보 교체’가 충돌하면서 2017년 새누리당처럼 분열할 것이다. 야당은 구속 수사를 요구하면서 총공세를 펼 것이다. 2019년 조국 사태 때와 같이 광장에서 양 진영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희망과 이재명의 주장대로 모든 혐의가 소명되어 검찰이 불기소할 수도 있다. 여당은 대장동 게이트는 ‘국힘 게이트’라며 역공할 것이고, 야당은 “친정권 검찰이 면죄부를 줬다. 정권 교체 후 특검을 통해 반드시 처벌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할 것이다. 민주당의 분열을 막고 지지층의 결집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이 이 시나리오의 강점이지만 ‘대중의 분노’라는 더 높은 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치명적 약점이다.

결국 ①·② 모두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는 ③이다. 대선 직전에 이재명 후보가 전격적으로 특검을 수용하는 것이다. 2007년 대선 사흘 전 이명박 후보가 ‘BBK 특검’을 수용한 사례가 있다. “우리 다 걸고 한판할까”식 대선 판 오징어 게임이다.

민주당은 ‘심리적 분열’ 상태다. 이낙연 지지자 이탈은 모든 지표를 악화시키고 있다. 13일 발표한 ‘머니투데이-한국 갤럽 정기 여론조사’에서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35.6%,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56.7%로 벌어졌다. 정권 교체 동의가 55%를 넘고, 정권 유지 동의가 35% 밑으로 떨어지면 정권 교체 가능성은 매우 높다.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역시 악화하고 있다. 긍정 평가 37.6%, 부정 평가 58.5%로 경고등이 들어왔다.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의 가상 대결도 팽팽하다. 컨벤션 효과가 전혀 없다.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된 후 국민의힘 지지층 결집이 이루어진다면 양자 대결에서 밀릴 것으로 예측된다.

대장동 사태가 이재명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재명의 지지율 급등은 ‘대법원 무죄 판결’과 코로나 전쟁에서 2차 세계대전 연합군 전차 군단을 이끌었던 조지 패튼 같은 ‘저돌적 전투력’ 덕이었는데 지금은 그 둘 탓에 위기를 맞고 있다. 무죄를 주도한 권순일 전 대법관과의 재판 거래 의혹과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겁 없는’ 추진력이 지금은 모든 사람을 ‘겁나게’ 하고 있다. 이재명의 최대 강점이 최대 약점으로 변했다.

4·7 재·보궐선거의 LH 사태처럼 대장동 이슈가 국민의힘 경선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이재명 지지율이 떨어져 국민의힘 후보 네 명 모두 이재명을 이길 수 있다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누가 될 지 알 수 없다. ‘최순실 게이트’의 최대 수혜자는 문재인이었다. ‘대장동 게이트’의 최대 수혜자는 누가 될까. 최후의 1인을 위한 마지막 게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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