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요리, 실패해도 괜찮아
집밥이 늘어났다. 전 세계적 현상이다.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면, 집에서 밥을 먹고 더 건강해졌을까? 그렇진 않다. 2020년 이탈리아 연구를 보면 응답자 절반이 집밥을 먹고 체중 증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집에서 요리하는 일은 늘고 외식 비중은 줄었지만 결과는 ‘체중 증가’였다. 응답자 24.7%가 체중이 늘었다.
나도 그렇다. 전에는 푸드라이터라는 직업상 바깥에서 식사할 일이 많았다. 요즘엔 정반대다. 식당에서 먹는 건 일주일에 한두 번. 거의 대부분 집에서 먹는다. 그 결과 뱃살이 조금 늘었다. 많이 먹으면 살찐다는 법칙을 집밥으로 거스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집에서 요리하는 시간을 늘리는 건 좋은 일이다. 사망률이 줄어든다. 대만에서 65세 이상 노인 1888명을 10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일주일에 5번 이상 요리를 하는 사람은 요리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보다 10년 뒤 생존해 있을 확률이 더 높았다. 건강 상태와 같은 다른 변수로 인한 영향을 빼고 봐도 사망률이 40% 가까이 낮게 나타났다. 관찰 연구라서 정확한 인과관계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요리가 정신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덕분이 아닐까 추측한다. 요리하면 통제감⋅독립심⋅자율성을 느낄 가능성이 더 높고 그런 긍정적 마음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한다는 거다. 개연성 있는 설명이다.
누구든 집에서 요리해보면 좋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자주 요리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다. 내가 어제 부추전을 부치면서 되새긴 사실이다. 아침에 출연한 라디오 방송에서 부추를 씻고 부침가루를 물에 타지 않고 젖은 부추에 묻힌다는 느낌으로 버무려서 전을 부치면 바삭하다고 설명한 뒤였다. 하지만 실패했다. 부침가루가 너무 많으면 눅눅하고 너무 적으면 부추가 흩어져 버린다. 지난번엔 분명히 성공했었는데 어제는 최적이 되는 중간 지점을 찾지 못했다. 부추전이라고는 할 수 없는 풀 죽은 결과물을 얻었다. 다행히 맛은 먹을 만했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해야 진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삶에서 이런 실패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요리해보면 안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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