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될 때까지 되는 척'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촉망받던 미디어 스타트업 오지(Ozy)는 지난 1일 돌연 기업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5000만달러(약 595억원) 매출을 거두며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올해 들어선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로부터 4000만달러를 투자받기로 했던 기업이 갑자기 문을 닫겠다고 한 것이다. 계기는 지난 2월 골드만삭스와 투자계약을 마무리하고자 나눴던 전화회의였다. 이날 회의에는 앨릭스 파이퍼라는 유튜브 임원이 참석해 오지의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는데, 알고 보니 오지의 COO(최고운영책임자) 사미르 라오가 음성변조로 이 인물을 사칭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실리콘밸리 특유의 사기 문화가 다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던 수소전기차 스타트업 니콜라는 지난해 9월 사기 의혹이 제기된 뒤 창업자가 사임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실리콘밸리 최대 사기극’이라 불린 테라노스 사건의 재판도 지난달 8일(현지 시각) 재개됐다. 바이오 스타트업 테라노스는 혈액 몇 방울로 200개 이상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해 한때 90억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2015년 언론 취재에 의해 10여 가지 혈액검사만 가능할 뿐이고 그나마도 다른 회사 기기를 무단 도용해 결과를 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끝내 파산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대형 사기극이 횡행하는 배경에는 특유의 문화가 있다. 이른바 “될 때까지 되는 척(fake it till you make it)” 하는 문화다. 실리콘밸리 전문가인 마거릿 오마라 워싱턴대 교수(역사학과)는 “아직 제품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한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어느 정도의 허세(swagger)와 속임수(hustle)는 당연하게 여겨지고 장려된다”며 “벤처투자가들도 스타트업 투자 시 실질적인 기술보다 사람과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테라노스의 창업자인 엘리자베스 홈즈 역시 기술력을 과시했던 과거 자신의 발언에 대해 “투자 유치를 위해 과장하는 실리콘밸리 관행을 따랐을 뿐”이라며 무혐의를 주장했다.
이미 성공 궤도에 오른 여러 빅테크 기업이 허세와 속임수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이런 문화를 장려하는 요인이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만 해도 성공의 도화선이었던 첫 아이폰 발표 당시 대량 생산된 아이폰이 출고 준비를 마친 것처럼 밝혔지만, 실상은 성능이 불안정한 시제품 몇십 개만 만들어 둔 상황이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 테슬라 역시 조립 라인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차량 주문을 받아 생산 지연으로 집단소송 위기에 처한 적이 여러 번이다. 뉴욕타임스는 “사기극이 판을 치는 요즘 테슬라같이 ‘될 때까지 되는 척’하는 허풍과 테라노스 같은 사기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가 화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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