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연봉에 벤츠 뽑았다고? 베블런 효과군요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1억 넘는 車 판매량 60% 증가
올해 역대 최초로 수입차 판매량이 연 3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 등으로 국산차 판매량은 감소했는데 수입차는 작년보다 10% 정도 늘었다. 전 세계에서 고급차의 대명사로 불리는 벤츠, BMW가 수입차 판매의 반이다. 1억원 이상 차도 작년보다 60%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소득수준에 맞지 않게 고급 수입차를 선호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소비를 정말로 비합리적인 문제 있는 소비로만 보아야 할까.
진화론은 환경에 적응한 종이 살아남는다는 자연 선택론이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다윈의 진화론에는 성(性) 선택론도 있다. 암컷과 수컷이 서로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다가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이론이다. 공작새는 자기 몸보다 더 큰 장식 깃털을 가지고 있고, 곤충과 새들은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알리기 위해 큰 소리로 울어댄다. 이런 것들은 생존을 우선시하는 자연 선택론으로는 해석이 어렵다. 하지만 다른 개체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한 성 선택론에서는 이런 동물들의 행위가 이해될 수 있다. 성 선택론은 동물이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비효율적인 행위도 실질적으로는 상당히 합리적인 행위라는 것을 보여준다.
진화론의 성 선택론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경제 이론이 ‘베블렌 효과’다.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소비하는 현상으로, 비쌀수록 수요가 더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최대한 돈을 아끼고,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상품을 산다고 가정한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이런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위이다. 그런데 실제 사람들의 소비를 보면 그렇지 않다. 추위를 잘 막아주는 튼튼한 옷보다 예쁜 옷을 더 산다. 먹고 사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되는 보석과 시계에 오히려 더 큰 돈을 쓴다. 베블렌 효과는 이런 소비가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기 위한 소비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자연 선택론 관점에서 볼 때 공작이 살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커다란 날개를 가지는 것은 낭비이다. 그러나 성 선택론적 관점에서 볼 때 공작의 행위는 굉장히 합리적이다. 정통 경제학에서 볼 때 사람들이 자기 소득수준에서 부담되는 고급품을 소비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행위이다. 하지만 베블렌 효과에서 볼 때 이것을 비합리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인간은 먹고살기 위해서만 사는 존재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공동체 사회에서 자존감을 세우는 것은 먹고사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다. 한국에서 고급 수입차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비합리적으로만 보면 곤란하다. 한국 사회에서 자존심과 과시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고 해석해야 현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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