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대장동 사건의 교훈, 검찰개혁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입력 2021. 10. 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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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장동 사건의 첫 번째 구속자 유동규씨. 검찰이 압수수색을 나오자 휴대폰을 창밖으로 내던졌단다. 누군가 휴대폰을 집어갔다는 증언도 있었지만, 검찰은 끝내 휴대폰을 찾지 못했다. 피의자가 뭔가 숨기고 싶어한다는 건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압수수색은 강제수사의 핵심이라 인력도 제대로 동원하고 미리 도주로도 확보하는 등의 대비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 제일 먼저 챙겨야 할 휴대폰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조국사건처럼’ 했다면 많이 달랐겠지만, 검찰은 일주일 넘게 휴대폰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그 휴대폰을 단박에 찾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휴대전화 관련 고발장이 제출되자, 곧바로 유동규씨 거주지 부근 CCTV부터 뒤졌고, 하루 만에 휴대폰을 찾아냈다. 전광석화 같았다.

검찰이 일주일 넘게 찾지 못한 휴대폰을 경찰은 하루 만에 찾아냈다는 객관적 사실 앞에서 검찰은 “당시 휴대폰 수색을 위해 모든 CCTV를 철저하게 확인하지 못한 검찰 수사팀의 불찰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밝혔다. 경찰이 금세 찾아낸 휴대폰을 검찰은 찾지 못했다면, 그건 실력의 문제일까 아니면 의지의 문제일까. 실력부족이든 의지박약이든 희한한 일이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데다 자칫하면 대선판까지 흔들지 모를 사건의 단서를 찾는데 이렇게까지 맹탕이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은 누가 얼마나 돈을 챙겼는지에 있다. 아직 드러난 건 별로 없다. 몇몇이 50억원씩 챙겼다는 이른바 ‘50억원 클럽’의 명단이 떠돌긴 하지만, 아직은 조심스럽다. 돈을 준 쪽과 받은 쪽이 모두 인정하는 것은 곽상도 의원 아들이 받은 ‘퇴직금’ 50억원뿐이다. 당사자들이 뭐라 변명하든 간에 50억원이란 거액은 곽상도 의원에게 주는 뇌물일 가능성이 크다. 야당 국회의원에게 뇌물을 주는 까닭은 뭘까. 아무래도 힘이라면 야당보다는 여당 쪽에 쏠려 있기 마련이다. 당장 정부와 경기도, 성남시의 최고 책임자가 모두 여당 출신이다. 얼핏 보면 난제 같아 보이지만, 곽상도 의원이 검찰 출신에다 지난 정권 때 검찰 인사를 좌우했던 대통령 민정수석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 ‘50억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대개 검찰 요직을 지낸 전직 검사, 흔히 ‘전관’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돈이 어떻게 움직였나를 보면 사건의 얼개와 흐름을 알 수 있다. 돈을 굴려본 사람들은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안다. 부동산값 폭등에 따른 결과였다지만, 대장동 개발처럼 턱없이 많은 이문을 남기는 장사에는 아무래도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뒷배가 든든해야만 감당할 수 있다. 김만배씨처럼 법조 기자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은 임기 5년짜리 대통령이나 그보다 훨씬 작은 권한을 가진 자치단체장이 아니라, 검찰이 든든한 뒷배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거다.

직전 검찰총장이 사퇴와 입당만으로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변신하는 개별적인 실력도 중요하지만, 검찰의 진짜 힘은 수사권과 기소권이다. 형사사법에 대한 모든 권한을 검찰이 쥐고 있으니, 큰판을 벌이거나 대놓고 불법을 저질러도 검찰의 비호만 받으면 두려울 게 없다는 거다. 검찰이 독자적 수사권에다 기소권을 독점하는 구조에서, 검찰만큼 든든한 뒷배는 없다. 범죄꾼들 입장에서 가장 든든한 비호세력은 오로지 검찰뿐이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검찰공화국이다.

수사구조 개혁을 통해 미미하게나마 경찰도 수사의 주체가 될 수 있었던 건 그나마 다행이다. 검찰이 찾지 못한 휴대폰을 경찰이 찾아내서 수사의 완성도를 높이는 지금의 상황은 그래서 가능하게 되었다. 당장 대장동 사건만 하더라도 검찰이 마음대로 조작하거나 은폐하는 건 힘들게 되었다. 유동규씨 휴대폰처럼 어떤 기관이 잘못하면 다른 기관이 보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장동의 검은돈이 온통 전직 검사들에게 쏠린 상태이니, 검찰은 언제든 독주할 채비를 갖추고 있을 거다. 전·현직 검사들이 제 잇속만 차리기 위해 국민이 위임해 준 권한을 맘대로 휘두르는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를 푸는 답은 민주주의의 원칙, 곧 분권의 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데 있다. 그래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누는 분권이 우선해야 한다. 검찰은 국가기소청으로 본래적 임무만 맡고, 별도의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하는 등의 검찰개혁은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대장동 사건이 주는 교훈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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