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만배 영장 기각..우려했던 졸속수사, 특검만이 답이다

이규화 2021. 10. 15.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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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밤 "구속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법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2시간 25분여에 걸쳐 검찰과 김 씨 및 김 씨 변호사를 상대로 심문을 했다. 이로써 검찰의 대장동 게이트 수사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우려했던 바다. 수사는 졸속으로 진행했고 혐의 입증 증거 역시 허술했다. 영장청구도 성급하게 이뤄졌다. 법원은 검찰이 현재까지 확보한 가장 유력한 증거물인 이 사건의 또 다른 핵심 관련자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대장동 특혜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지 16일 만에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압수수색 했다. 압수수색 중에 휴대폰을 창문으로 던지는 해프닝도 일어났다고 한다. 검찰은 지금까지도 그 휴대폰의 행방을 모르고 있다. 한 마디로 검찰의 수사와 구속영장 청구는 보여주기 '쇼'와 다름 없었다는 것이 이번 구속영장 기각에서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수사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가 12일 대통령이 '신속·철저 수사'를 지시하자 당일 소환해 조사하고 귀가시켰던 김 씨에 대해 부랴부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준비도 없이 수사를 더 진행하지도 않은 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검찰은 김 씨를 배임, 뇌물 공여, 횡령 등의 혐의를 걸었지만 김 씨 변호사들은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한다. 검찰이 수사를 미적거리는 동안 김 씨 측은 증거 인멸과 방어논리를 충분히 갖출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검찰이 사인(私人)인 김 씨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하려면 보다 치밀한 법리를 적용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유동규에 대해서는 수뢰 혐의와 배임의 구속영장이 발급됐는데도 뇌물을 건넨 김 씨는 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이 납득하기 힘들지만, 이 역시 검찰의 입증이 부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곽상도 의원의 아들에게 건넨 50억원의 퇴직금을 뇌물로 추정한 것도 김 씨 측에서 '무엇에 대한 대가인가'라는 반박에 검찰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화천대유에서 대여한 473억원 중 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55억원에 대해 횡령 혐의를 적용한 것도 영장실질심사에서 인용되지 않았다.

검찰은 김 씨에 대한 보강 수사를 통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많은 증거들이 인멸됐거나 관련자들끼리 입을 맞춘 상태다.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는 해외로 도피해 '언론 플레이'로 의심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 검찰은 아직도 성남시청과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14일 국회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이 추궁하자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검찰의 굼뜬 행보는 이 사건의 중대성에 비해 너무나 이례적이다. 검찰의 지휘라인인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각각 여당 국회의원인 박범계 의원이고 친정권 성향인 김오수 총장이다. 이번 개발특혜 의혹의 최정점에 개발사업을 직접 설계했다고 자백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0일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속·철저 수사' 지시도 철저수사 보다는 '신속'에 초점을 맞춰 이 사건을 서둘러 봉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국민들은 이런 상황 전개를 보며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은 단군 이래 최대의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공익 탈취 사건이다.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성남시민과 입주자, 지주, 성남시의 이익이 소수 몇몇 사람에게 돌아갔다. 그 같은 사업구도를 만든 사람은 이재명 경기지사다. 국민은 이 지사가 이 엄청난 특혜 사업에서 설계뿐 아니라 얼마나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막대한 이익금의 행방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정영학의 녹취록에는 김만배가 자신 소유의 천하공인1호 배당금의 절반은 '그 분 것'이라고 한 말이 나온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국감에서 '그 분'이 "정치인 그 분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전후 사정을 보면 상식적으로 이재명 지사일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된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길은 이제 특별검사를 통한 수사밖에 없다. 김만배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서 보듯 검찰의 수사 동력은 떨어졌고 의지도 없어 보인다. 이런 검찰이 내놓는 수사결과를 믿을 국민도 거의 없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 14일 주간조선 여론조사를 보면 대장동 게이트의 진실을 밝히려면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국민여론이 73%에 달했다. 여당이 계속 특검을 거부하면 더 센 국민 저항을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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