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말에 서두른 대장동 수사팀, 결국 김만배 구속 실패

2021. 10. 14. 23: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시행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구속시에는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혐의만 담고, 구속수사를 통해 종합적인 내용을 담아 기소하는 게 보통인데 이번 대장동 수사팀은 김씨가 받을 수 있는 혐의 최대치를 영장에 모두 넣었다는 것이다.

구속영장 기각 사유가 혐의 소명 부족인 만큼, 상당 부분 보강수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주·증거인멸 우려 아닌 "혐의 소명 부족" 영장 기각
김만배 조사 후 귀가 당일 속전속결 영장청구 결국 실패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가을 한복문화주간을 맞아 한복을 입고 참석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시행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 안팎에선 문재인 대통령 입장 표명 이후 무리하게 수사 속도를 내다 차질을 빚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횡령 및 배임, 뇌물공여 등 혐의로 청구된 김 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문 부장판사는 영장 기각 사유로 “구속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사유가 아니라 범죄 혐의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기각 사유로 꼽은 셈이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들은 수사팀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고 지적한다. 구속시에는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혐의만 담고, 구속수사를 통해 종합적인 내용을 담아 기소하는 게 보통인데 이번 대장동 수사팀은 김씨가 받을 수 있는 혐의 최대치를 영장에 모두 넣었다는 것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구속 김씨에게 5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수사팀은 김씨에겐 총 755억원의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사업 편의 대가로 개발 이익 25%인 700억원을 건네기로 약정한 것도 모두 혐의에 포함했다. 곽상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50억원을 지급한 것도 뇌물에 포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 입장을 밝히면서 수사팀이 너무 일찍 승부수를 띄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12일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하여,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김씨는 지난 11일 검찰에 출석해 이튿날까지 조사를 받았다. 조사받고 귀가한 당일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셈이다.

수사 지휘를 맡고 있는 김태훈 4차장검사는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있다가 올해 검찰 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까지 대형 특수수사 참여 경험이 없다. 경제범죄형사부를 이끌고 있는 유경필 부장검사도 해양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고, 기업·경제분야 수사에 정통한 인물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씨의 변호인단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중요 증거로 꼽힌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열람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수사팀은 수용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씨를 다시 불러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구속영장 기각 사유가 혐의 소명 부족인 만큼, 상당 부분 보강수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jyg97@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