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세계경제 '퍼펙트 스톰' 대비해야
여권 장밋빛 전망만.. 위기관리 시급
올가을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위드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되면서 세계경제가 팬데믹 이전으로 회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세계는 경제 팬데믹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코로나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불안한 요소가 하나둘이 아니고 복합위기가 ‘회색 코뿔소’가 돼 다가오고 있다. 에너지 위기, 공급망 차질, 인플레 압력 등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경제기구와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은 세계 경제 및 주요국 성장 전망을 하향조정하면서 위기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기 시작한 이후 세계경제는 저물가 시대가 지속됐다. 한때는 인플레 압력 없이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골디락스’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전 세계가 쏟아부은 통화팽창이 회수되기도 전에 코로나19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긴급재정을 지출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통화량이 엄청난 규모로 늘어났다. 억지로 눌러져 왔던 인플레가 터지게 됐고, 각국은 가격인상을 막기 위해 긴축에 나서게 돼 세계경제 먹구름이 두꺼워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경제가 여러 악재로 위기에 빠지는 ‘퍼펙트 스톰’이 눈앞에 와 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여당과 정부는 위기관리보다는 장밋빛 전망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IMF가 경제성장률을 낮춰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4%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호도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팬데믹 불황에 따른 기저효과이면서 긴급재정 투입에 힘입은 탓이지 규제완화와 성장정책으로 생산성을 높인 결과가 아니다. 그나마 호조를 보여온 수출이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시장의 수급 원리를 무시해 가격폭등을 초래한 부동산정책은 여전히 역주행을 지속하고 있고, 선심성 포퓰리즘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와 가계의 늘어난 부채는 언제든 뇌관이 될 수 있고, 거품이 잔뜩 낀 자산시장은 시한 폭탄이 될 수 있지만 위기관리 대책은 선거에 묻혀 있다. 위기 조짐은 환율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1090원대 하던 달러당 환율은 1190원대로 올랐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4700억달러이지만, 대외환경 악화나 안보상황에 따라 거금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상황이므로 안심하기 어렵다.
이에 정책당국은 위기관리에 돌입해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재정지출 포퓰리즘이 난무할 것이지만 이제부터라도 재정준칙을 지켜야 한다. 인플레 압력으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우리나라도 올리게 될 것이다. 금리인상은 부동산버블과 가계부채 뇌관이 될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미·중 갈등 고착화로 수출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국내외 리스크 악화에 대비해 정부는 금융과 재정 여력을 확고히 해야 할 것이다.
수출을 주도하며 일상으로의 회복을 기대했던 우리 기업은 국제물류 애로로 컨테이너 운송비가 치솟은 가운데 에너지, 원자재, 금리 3중고 파고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는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도 문제이지만 복합위기가 눈앞에 와 있는 상황을 고려해 단체행동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 국제통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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