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망규명위, 억울한 죽음 218건 바로잡았다
[경향신문]
366건은 재심사 권고 결정
폭행 사망·가혹행위 등
심의한 231건 중 95% 인용
조사 중인 사건도 924건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 3주년을 맞아 그동안 활동사항에 대한 보고회를 개최했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는 군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중 의문이 제기된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관련자 피해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설치된 정부 위원회다.
위원회는 14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개최한 ‘조사활동보고회’를 통해 그동안 1787건의 진정을 접수해 9월 말 현재까지 863건을 종결했다고 보고했다. 위원회는 “‘진상규명’으로 의결한 452건 중 진정 접수 전 ‘순직’으로 결정된 88건을 제외한 366건에 대해 국방부·경찰청·법무부 등에 사망 구분 변경 재심사를 권고했다”며 “재심의가 종결된 231건 중 218건(94.7%)이 인용돼 진정인의 명예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1980년 사망한 공모 일병의 경우 당초 군 기록엔 ‘훈련 중 본인의 실책 때문에 사망’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위원회는 ‘외상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법의학 소견이 적혀 있는 간호기록과 병상일지, ‘자필 진술서가 조작됐다’는 참고인 진술, 당시 헌병대(군사경찰)의 사건 축소·은폐 정황 등을 확인해 ‘선임병 폭행에 따른 사망’임을 밝혀냈다.
군사정권 시절이었던 1984년 숨진 최모 소위는 군 기록엔 ‘과로사 또는 청장년 급사증후군’이 사망 원인이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상무대 유격훈련 당시 최 소위에 대한 교관들의 집중적인 구타·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 소위 동기생 40여명은 위원회 조사에서 “유격장 교관들이 최 소위의 목에 줄을 매 개처럼 끌고 다니고 나무에 묶어 놓거나 ‘선녀탕’이라고 부르는 오물통에 들어가게 하는 등 인간 이하 취급을 했다”고 진술했다. 위원회는 당시 군이 최 소위 시신에 남아 있던 멍과 가혹행위 흔적을 확인하고도 ‘과로사’ 기재를 묵인한 사실도 밝혀냈다.
1958년 ‘급성 화농성 뇌척수막염’으로 숨진 한모 이병의 경우 당초 ‘변사’로 기재돼 있었으나, 의학적 소견을 근거로 한 위원회 권고에 따라 ‘순직’으로 변경됐다.
위원회는 이들 사례를 포함해 ‘목격자 증언으로 군 사망사건의 실체가 규명된 사례’ ‘전사 사례’ ‘1996~1997년 병·변사자 일괄순직 시 누락된 사례’ ‘사망보상금 지급 권고 사례’ ‘전역 후 사망으로 구제되지 못한 사례’ ‘극심한 구타·가혹행위로 자해 사망한 사례’ 등 위원회 조사를 통해 진상이 규명된 사례 16건을 보고회에서 소개했다.
위원회는 조사가 끝나지 않은 진정 사건 924건에 대해선 이의신청 처리기간(4개월)을 고려해 2023년 5월까지 종결한다는 방침이다. 또 앞서 특별법 개정을 통해 올 9월13일까지 군에서 발생한 사망사건에 관해선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게 된 만큼 필요시 직권조사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위원회는 지난달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올 4월 특별법이 개정돼 활동시한이 2023년까지로 연장됐다. 다만 진상규명 요구 사건에 대한 진정서 접수는 지난해 9월14일 마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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