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매물 쏟아지는데, 전셋값은 떨어질줄 모른다

정순우 기자 2021. 10. 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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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매물 두달새 24% 급증했는데, 전셋값 상승세는 여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최근 두 달 사이 20%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여파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전세 수요가 줄고, 작년 하반기부터 급등한 전셋값에 지친 세입자들이 경기도 등 수도권 주택 매수에 가세하면서 매물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시장에서도 매물이 5.3% 늘었다. 일부 전문가는 “부동산 거래 감소와 매물 증가를 신호탄으로 수년간 부풀려진 자산 거품이 꺼지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며 “집값에 이어 전셋값까지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수요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고 경고한다.

다만, 단기간 매물이 급증했음에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는 여전하다. 내년에도 전세 수급 불균형이 계속된다고 예상하는 집주인들은 호가(呼價)를 내리지 않고 버티는 분위기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시장 전망도 “실수요자 대상 대출 규제가 풀리면서 전세 수요가 회복되고, 집값 강세도 이어질 것”이라는 상승론과 “기준금리 추가 인상, 고점론 확산 등의 영향으로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하락론이 맞서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를 찾은 한 시민이 고층 아파트들이 빽빽히 들어선 서울 도심 풍경을 휴대전화로 찍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는 아파트 전세매물이 두 달 사이 24% 급증했지만 전셋값은 여전히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전세 매물 두 달 새 24% 늘어

14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739건으로 두 달 전(2만726건)에 비해 24.1% 늘었다. 경기(28.1%), 인천(6.8%)도 전세 매물이 늘었다. 통상 추석 이후는 이사 성수기로 전세 매물이 귀한 시기여서 최근의 매물 증가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꼽힌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서울의 전세 매물은 3만1410건에서 9561건으로 69%나 줄었다. 개정 주택임대차법에 포함된 계약갱신청구권(2+2년)이 매물 감소의 결정적 원인이었지만, 이사철 전세 수요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에 신규 입주 아파트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전세 매물이 단기간 급증한 원인 중 하나로 정부의 대출 규제가 꼽힌다. 금융 당국 지침에 따라 NH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은 한시적으로 전세 대출을 중단했고, 다른 은행들도 지점별 대출 한도가 줄었다. 성동구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대출이 당연히 될 줄 알고 계약서를 썼다가 대출을 거부당해 계약금을 날릴 뻔한 사례도 있었다”며 “마음에 드는 전셋집을 찾아도 대출이 불확실해 선뜻 계약을 못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출 규제 피해를 호소하는 서민·무주택자가 쏟아지면서 정부는 14일 실수요자 대출은 중단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셋집에 살던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늘어난 것도 매물 증가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임대차법 개정 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사이 수억원씩 오른 데다, 청약 경쟁까지 날로 치열해지고 있어 “지금이라도 내 집을 사둬야 한다”는 불안 심리가 확산한 것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 전세 수요자가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수도권 아파트 매수에 나서면서 올해 경기도 아파트값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값 정점 지났나?

매물 급증이 서울 아파트값 거품 붕괴의 전조라는 해석도 있다. 집값에 이어 전셋값까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는 “매물 증감만 놓고 보자면 지금 서울 전셋값은 부담스러운 수준에 도달한 게 분명하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전셋값에 이어 매매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금 서울 집값이 7년 연속 오른 데다가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거품도 있어 금리 인상 등의 변수에 따라 조정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하락 가능성을 점쳤다.

다만, 아직은 매물 증가가 전세 가격 하락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단기간에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면 가격이 내리기 마련이지만,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월 6억3483만원에서 9월 6억5365만원으로 계속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도 최근 두 달간 서울 전셋값은 1.9% 올랐다. 송파구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몇 달 전보다 확실히 매물이 많아졌는데도 호가를 내리는 집주인은 드물다”며 “내년에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더 적어 전셋값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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