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된 전세대출.."선착순서 잘렸다, 월세 얻을판"

명지예 2021. 10. 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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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 피해 백태
"60만원 월세내면 돈 못모아"
"제2금융·사채 써 잔금낼 판"
"아파트 포기하고 빌라 입주"
靑청원 한달새 16건 쏟아져

◆ 전세대출 총량규제 완화 ◆

금융당국이 14일 전격적으로 대출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투기가 아닌 생존 차원에서 실제로 돈이 필요한 실수요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중도금·잔금 대출 등 집과 관련된 민원이 대부분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대출 규제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오고, 최근 한 달간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대출 규제 피해 호소'만 16건이다.

이날 대전 구봉신협 도안지점 앞에는 새벽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대전 도안신도시 갑천3블록 중도금 집단대출이 막혔는데, 해당 지점에서 '선착순'으로 대출을 받아줬기 때문이다. 내년 초 대규모 입주를 앞둔 검단신도시 분양권 소유자들도 잔금대출이 안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신도시 새 아파트 입주에 들떠 있던 김 모씨는 전세를 주기로 하고 최근 월세를 구했다. 김씨는 "등기가 나기 전까지는 팔 수도 없는데 대출이 안되면 낭패를 볼 것 같아 입주를 포기했다"면서 "아이들이 새집에 산다고 들떠 있었는데 정부 규제로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전세자금대출을 위해 제2금융권이나 사채를 알아본다는 사연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평택에서 2억1000만원짜리 전세 계약을 체결하며 계약금 2100만원을 넣었다는 한 작성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서 4500만원을 지원받았고 현재 1억3200만원이 필요한데 아무리 알아봐도 6600만원까지만 대출이 된다"며 "계약금을 날릴 순 없고 제2금융권 대출이라도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전세가격 급등과 대출 중단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분노하고 있다. 11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구하던 신 모씨는 "전세대출을 받아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고 했지만, 불과 한두 달 사이에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오래된 빌라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라고 하객도 못 부르는데, 이 정부에서 결혼하는 사람은 죄인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화성에서 월세로 신혼생활을 시작하는 박민기 씨(31)는 "아내도 저도 사회초년생인데 신혼부부 특별공급 조건이 너무 까다롭더라. 당장 전세금을 마련할 길도 없지만 이렇게 월 60만원 월세로 살다 보면 또 돈을 언제 모으나 싶다"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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