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표현의 한계를 뛰어 넘은 축제의 장
[스포츠경향]
2001년을 시작으로 올해 21회를 맞은 <2021 서울국제공연예술제(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이하 2021 SPAF)>가 지난 7일 글과무대의 <이것은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대한 이야기> 공연으로 32일간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올해 2021 SPAF는 각 작품을 온라인 상영으로 공개했던 지난해와 다르게 최근 화두로 떠오른 ‘위드 코로나’ 체제 전환에 발맞춰 대면 공연으로 진행한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1년여 넘게 얼어붙었던 대학로 공연계에 32일간 펼쳐질 축제의 장은 국내 창작자들은 물론 다양한 공연을 관람하는 데 갈증을 느끼던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2021 SPAF의 지향점은 주제가 정해지지 않은, 문자 그대로 ‘무제’이다. 특정한 주제를 정하기보다는 주제를 정하지 않음으로써 진정한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표현 방법에 대한 자유를 선사하는 22개 작품을 선정했다. 오는 11월 7일(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JTN 아트홀 1관, 남산골한옥마을 등에서 진행된다.
관객들의 호응 속에 성황리에 마친 첫 주간에 이어서, 축제 2주차에는 문학을 원작으로 재해석해 만든 공연부터 한국의 전통 장르인 판소리를 비롯해, 해외 예술가가 연출하고 한국인 무용 예술가들과 협력하여 하나의 결과물을 탄생시킨 작품 등 다양한 공연예술을 만나볼 수 있다.
14일부터 15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프로젝트그룹 일다, 강량원, 정재일, 지현준의 <맥베스>는 문학을 원작으로 만든 공연예술이다. 연출가 강량원, 음악가 정재일, 배우 지현준이 2년여간 우란문화재단에서 이뤄진 워크숍을 통해 감각을 공유하고 실험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결과물로, 맥베스를 도구로 삼아 맥베스의 시대를 잔혹하게 파괴한다.
3월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랩(DOOSAN ART LAB)를 통해 쇼케이스로 선보인 후 발전시킨 박인혜의 <오버더떼창: 문전본풀이>은 14일~17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판소리 합창으로 들려주는 제주도 신화로, 대문을 지키는 문전신 등 가택신의 내력을 담는다. 1명이 노래할 때 그 아름다움이 극대화될 수 있는 판소리의 전통적 음악 양식을 염두에 두며 판소리 합창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오버더떼창: 000>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올해 SPAF에서 처음 선보인다.
오는 15일 JTN아트홀 1관에서 무료로 공연되는 한국-스위스 공동창작 프로젝트의 <돌과 판지>는 스위스 예술가 얀 마루시치가 연출하고 한국인 무용 예술가 정채민, 정지혜, 국지인이 만나 제작하는 ‘돌과 판지’를 주제로 한 3편의 솔로 작품을 담은 프로젝트다. 얀 마루시치는 돌과 판지가 우리의 일상에서 찾기 쉬운 소재들이기 때문에 제안했으며, 생태계보호를 위해 재활용된 소재로만 작업했다.
오는 16일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에서 펼쳐지는 얀 마루시치의 <블랑>은 관객 참여형 공연으로 “어떻게 죽고 싶은가?”라는 개인적이고도 보편적인 질문에 마주한다. 공연이 진행되는 도시를 배경으로, 참여하는 관객들이 공동으로 한 편의 시(詩)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다. 얀 마루시치는 현대 서구 사회의 권력을 상징하는 하얀 양복 차림의 백인 남성으로 나타나 관객들이 자신의 양복에 신념을 담아낸 글을 펜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오는 17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올려지는 <뱅 브리제> 역시 얀 마루시치의 작품이다. 시각적, 감각적 무호흡 상태로의 몰입을 표현한 얀 마루시치의 행위예술극으로, 깨진 유리로 가득 찬 욕조에 몸을 담근 한 남성의 모습을 통해 관객이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행위의 초인간적인 면보다는 꿈같은 이미지와 사소한 감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얀 마루시치는 약 100분 동안 관객들을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장면들 속으로 질식할 만큼 몰아붙인다.
오는 15일~1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윤종연 개인전 <나는 그가 무겁다>는 극단 몸꼴의 대표이자 연출로, 사회적 관계 안에 위치한 몸과 공간에 지배당하는 몸을 시대적 맥락 속에서 녹여내며 공연예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윤종연의 신작이다. 윤종연의 춤은 망상 속에 잠겨 상승하지 않고 무겁게 가라앉으며 일상 행동의 패턴을 그린다. 그의 춤은 거리감 없는 무대를 만들고 흥얼거리는 몸의 참여를 유도한다.
오는 16일~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아트프로젝트보라의 <무악>은 고전적인 움직임의 방법에서 탈피해 다양한 움직임의 시도를 발견할 수 있는 춤으로 듣고, 음악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음악과 춤, 장르와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몸으로부터 일어나는 구체적인 소리가 추상화되는 과정을 ‘듣기의 기술’이라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관객의 감각이 수용하는 수준에 따라 이야기는 끝없이 만들어지고 확장된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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