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금의 무회전 킥] 유출자 의심스런 심석희 카톡..스포츠인 사생활은 없나?

김창금 2021. 10. 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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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2018 평창겨울올림픽 당시 코치와 나눈 개인 카톡이 연예전문 매체 <디스패치> 를 통해 공개되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심석희와 소송을 벌이는 조재범 코치 쪽이 언론사나 기자 등에게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카톡의 내용을 보면, 선후배 비하 등 심석희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사적인 얘기가 대부분이다.

조재범 전 코치 쪽을 통해 언론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카톡 내용은 심석희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사법당국의 증거자료 가운데 일부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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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 기자의 무회전 킥]심석희 '비밀 카톡' 내용 두고 여론 재판
소송과정 개인정보 유출 불법성 문제는 뒷전
'브래드버리' 발언은 조사 결과 지켜봐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석희 선수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인에게 사생활은 없는가?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2018 평창겨울올림픽 당시 코치와 나눈 개인 카톡이 연예전문 매체 <디스패치>를 통해 공개되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심석희와 소송을 벌이는 조재범 코치 쪽이 언론사나 기자 등에게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카톡의 내용을 보면, 선후배 비하 등 심석희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사적인 얘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페어플레이를 해야 하는 선수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 섞여 있다. 심석희 개인의 사적인 대화에 공적 사안이 될 수 있는 것이 부분적으로 혼합된 내용을 제보한 셈이다.

일단 사적인 대화라 하지만 국가대표 선수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보자. 심석희는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전을 앞두고 조아무개 코치와 카톡을 하면서 ‘브래드버리’라는 말을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남자 쇼트트랙 선수 스티븐 브래드버리를 지칭하는 이 말은, 2002년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1000m에서 다른 선수들이 서로 부딪혀 넘어지는 사이 어부지리로 우승한 상황을 의미한다. 심석희가 어떤 뜻으로 이 말을 코치와 주고받았는지, 실제 경기에서 최민정과 충돌한 것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빙상연맹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살피려는 이유다.

하지만 그 외의 카톡 내용이 무분별하게 대중에게 노출되는 것은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다. 누구도 비밀스럽게 한 대화 내용이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심석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중적 파급력이 큰 미디어는 카톡 내용의 특정 부분을 편집해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카톡 내용이 공개된 방식은 더 큰 문제다. 조재범 전 코치 쪽을 통해 언론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카톡 내용은 심석희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사법당국의 증거자료 가운데 일부분이라고 한다. 이것이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지암의 김선웅 변호사는 “만약 조재범 코치 쪽에서 유출한 것이라면, 이는 개인정보법 위반과 명예훼손 두 가지에 모두 해당할 수 있다. 조재범 전 코치와 상관없는 심석희 선수의 휴대전화 내용을 공개한 것은 성폭력처벌법상 피해자의 사생활 공개를 금지한 규정에 위반된다. 관련자들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재범 전 코치 측이 카톡 내용을 공개한 것은 소송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조재범 전 코치가 여러 매체의 기자 등에 보낸 편지를 보면, “(재판의) 결과가 정해진 것 같다” “핵심 증인인 최민정은 조사조차 안 한다”라고 얘기하는 등 재판이 억울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지난달 조재범 전 코치에게 1심 때보다 형량이 늘어난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스포츠 스타들은 공인이라고 한다. 공인에게 요구되는 팬들의 도덕적 요구는 ‘모범적인 삶’으로 축약될 수 있다. 하지만 다면성을 지닌 인간을 하나의 측면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꼭 맞는다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규범의 최소공약수인 법을 최종 판단자로 둬, 공동체의 질서를 강제적으로 유지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법의 의무나 책임 관계를 벗어난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일대일 카톡 대화는 스타의 것이라도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적어도 그가 에스엔에스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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