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빨리 좀 왔으면 좋겄슈"..광역시 속 5일장 유성장에 가봤더니 [현장에서]

윤희일 선임기자 2021. 10. 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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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성시장에 싱싱한 가을 꽃게가 많이 나와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펑~”

시장 입구로 들어가자 커다란 소리가 났다.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오가던 사람들의 눈이 펑튀기 기계 쪽으로 쏠렸다. 뻥튀기 기계 아래 포대에서 맛있게 튀겨진 콩이 쏟아져 나왔다.

연휴를 맞아 시장에 나왔다는 이모씨(55)가 5000원을 내고 튀긴 콩을 받아갔다. 뻥튀기 기계 앞에는 1봉지에 2500원 하는 뻥튀기 등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유성시장 뻥튀기 기계 앞에 뻥튀기 등 각종 과자가 쌓여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한글날 연휴가 시작되는 지난 9일 오전 11시 대전 유성구 장대동 유성시장. 광역시 속의 5일장으로 유명한 이 시장은 4일과 9일 장이 선다. 장날 풍경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나긴 코로나19 팬더믹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휴일과 겹친 장날을 맞아 너도나도 5일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남편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고 해서 정말로 오랜만에 나와봤슈. 날씨도 좋고, 물건 값도 싸고 해서 이것저것 샀슈. 그거 왜 있잖유, 위드 코로난가 뭔가, 그것좀 빨리 왔으면 좋겄슈. 숨 좀 편하게 쉬면 살고 싶어유.”

이모씨(79) 부부의 장바구니에는 각각 2000원을 주고 산 오이 6개와 당근 3개가 들어있었다. 싱싱한 가을 꽃게도 2㎏ 샀다고 했다.

집에서 직접 키운 채소를 팔기 위해 나왔다는 70대 부부는 “이달 들어 시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고 좋아하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사태가 터지기 이전과 비교하면 손님이 훨씬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시장 입구 쪽에는 고추와 마늘을 파는 상인이 많았다. 김장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600g당 1만5000원을 부르는 고추를 1만2000원에 산 한 할머니는 “가격이 싸서 장에 온 보람이 있다”면서 “코로나인가 뭔가가 하루빨리 잠잠해져서 올해 김장 때는 외지에 사는 애들 가족들까지 모여 김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성시장 내 장터식당에서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점심 시간이 되자 잔치국수나 국밥 등을 파는 장터 식당으로 사람이 몰렸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장날과 휴일이 겹치는 날의 매출을 100으로 친다면 요즘은 60 정도는 돼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던 때와 비교하면 그래도 상당히 회복된 거죠. 평일 장날의 매출은 여전히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요. 백신 접종을 끝낸 중장년층 손님이 주로 오시네요.”

시장 내 한 식당 관계자의 표정에서 하루빨리 코로나가 없는 세상이 열리면서 예전 같은 매출을 올렸으면 하는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유성시장 입구에 김장용 고추와 마늘을 팔고 사는 사람들이 몰려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유성시장은 1916년 10월 15일 처음 개장해 100년이 넘는 세월을 서민들과 함께 했다. 인구 145만명의 광역시 안에서 5일장 체제를 이어오면서, 대전은 물론 세종·충남 등 인근지역에서까지 상인과 손님이 찾아온다. 14일 유성구 집계를 보면 400여개 점포와 300여개 노점이 장날마다 영업을 한다. 유성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장날 평균 1만여명 손님이 찾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러 차례 휴장을 하기도 했지만, 서민들의 시장 사랑은 식지 않고 있다.

닭집을 운영하면서 유성시장 상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안종숙씨는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5일장을 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5일장에 의존해 살아가는 노점상 등은 정말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하루 빨리 코로나19 걱정 없이 장사를 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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