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美 연준도 갈팡질팡..낙관론에 기댈 때가 아니다

진상훈 기자 2021. 10. 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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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훈 국제부 국제팀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3일(현지시각) 공개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는 현재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물가 상승세에 대한 위원들의 우려가 낱낱이 드러났다. 대다수 위원들은 공급망 대란과 노동력 부족 문제 등으로 인해 제품 가격과 임금이 더 크게 올라 인플레이션 위험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8년 8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며, 최근 5개월 연속으로 5%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앞서 지난 1일 발표된 미국의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상승, 지난 1991년 1월 이후 30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연준 내 ‘매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년 1분기까지 자산 매입 감축(테이퍼링)을 끝내고 바로 금리 인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지난해 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발생한 이후 경제적 충격을 막기 위해 강력한 통화 완화 정책을 펴 왔다. 지난해 3월 금리를 0.00~0.25%로 인하한 뒤 지금까지 ‘제로(0)금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매달 총 1200억달러 규모의 돈을 시중에 풀었다.

제로금리와 자산 매입으로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는 방어하는 데 성공했지만, 지나치게 많은 돈이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실제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크게 올랐고,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공급망 문제가 생기면서 제품 가격도 연일 상승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총재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나올 때마다 “문제는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파월 총재는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개최한 화상 컨퍼런스에서 “코로나 충격에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이며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6월에 의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서도 “최근 몇 개월간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물가가 올랐지만, 일시적인 공급 요인이 잦아들면 인플레는 우리가 예상한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물가 상승 폭이 통제 가능한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커지자, 파월 총재의 발언도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의회에 출석해 “물가 상승세가 예측했던 것보다 강하고 오래 지속되고 있다”며 “예상보다 상황이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연준 안에서도 파월 의장의 ‘일시적’이라는 앵무새 같은 주장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생겼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2일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공급망 대란은 결코 간단히 해결될 수 없다”며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문제라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공개적으로 파월 의장을 저격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은 연준이 글로벌 경제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는 지는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연준의 통화 정책에 따라 글로벌 자산 시장에 거대한 거품이 끼기도 하고, 반대로 급격한 거품 붕괴로 상당한 충격을 겪기도 한다.

이처럼 세계 경제의 키를 쥔 연준이 지금 중국의 전력난과 국제유가의 급등, 공급망 대란, 코로나의 또다른 변이 가능성 등 다양한 외부 요인들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특히 내년 중 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연준 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여러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 증시는 최근 며칠간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8일부터 나흘 연속 하락 마감했고, 나스닥지수는 사흘간 약세를 보이다 13일이 돼서야 가까스로 반등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은 이달 들어 매일 주식을 팔아치웠다. 거듭된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코스피지수는 결국 3000선이 무너졌다. 다만,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은 여전히 투자심리가 살아있는 모습이다. 특히 금융투자와 연기금 등 기관은 이틀간 외국인이 던진 주식을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앞으로 증시가 어떤 흐름으로 전개될 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대외적 악재에 심각한 우려를 드러내긴 했어도 아직까지 내년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의견은 적은 편이다.

오히려 금융시장에서는 여전히 ‘낙관론’을 펴는 이들도 많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11일 “내년에는 공급망 문제가 전혀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골드만삭스도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곧 사그라들고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며 내년 금리 인상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난 2년여간 자산의 가격을 띄웠던 ‘돈 잔치’의 시대는 끝나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은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하기로 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각 국 중앙은행에 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에 나설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시중에 풀린 자금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자산 가격 역시 추가 상승보다는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하물며 파월 의장이 말을 바꾼 이유처럼 현재의 물가 상승 흐름이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빠른 긴축에 따른 충격이 올 수도 있다.

최근 증시의 국내 투자자들은 물론 부동산 시장 등에서도 여전히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포함, 다양한 변수가 늘고 있는 만큼 그럴싸한 낙관론과 장밋빛 전망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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