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흘려들어선 안 될 "곳곳에 北 공작원"

기자 2021. 10. 1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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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첩보기관 출신 한 고위급 탈북자가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한 내용이 국내 각 언론에 보도됐다.

1990년대 북한의 직파 공작원이 청와대에서 수년간 근무하다 복귀했다는 사례를 포함해 탈북하기 전까지 30년간 본인이 직간접으로 경험한 대남 공작의 실상들을 소상하게 밝혀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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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명예교수

최근 북한 첩보기관 출신 한 고위급 탈북자가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한 내용이 국내 각 언론에 보도됐다. 1990년대 북한의 직파 공작원이 청와대에서 수년간 근무하다 복귀했다는 사례를 포함해 탈북하기 전까지 30년간 본인이 직간접으로 경험한 대남 공작의 실상들을 소상하게 밝혀 충격을 줬다. 2014년 탈북 이후 국가정보원 산하 기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김국성(가명) 씨 증언에 대해 국정원은 1990년대 초 남파 공작원이 청와대에서 근무했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즉각 반박했으나 그 밖의 내용은 확인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김 씨의 인터뷰 내용에는 핵심적인 증언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첫째, 김 씨가 정찰총국에 근무할 당시 본인이 직접 김정은의 명령에 따라 황장엽 비서 암살조 남파를 지휘했는데, 이들은 2010년 5월 체포돼 미수에 그친 채 10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라고 한다. 문제는 북한이 자행했던 1997년 이한영 씨 암살과 2017년 김정남 암살에서처럼 절대권력자의 명령에 따른 요인 암살 시도가 미수에 그친 채 중단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201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65주년 기념일이자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했던 의미 깊은 날 황 비서가 돌연 심장마비로 안가에서 사망했다는 것은 석연치 않고, 김정은의 암살 지령은 시한이 없었다는 점에서 추가 조사와 증언이 필요하다.

둘째, 김 씨는 마약을 제조·판매해서 외화를 확보해 충성 자금을 바쳤다고 한다. 북한산 필로폰이 국내에 광범하게 유포되고 있다는 주장은 국내 전문가들의 논문에서도 상세히 소개됐지만, 실제 당사자였던 김 씨의 증언은 신빙성이 강한 만큼 이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 통제가 필요하다.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수수방관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적발된 사건을 중심으로 책임을 추궁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셋째, 김 씨는 자신이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은 김정은이 자신의 전사적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정찰총국장 김영철에게 특별지시한 군사작전이라는 내부 정황을 소상히 설명했다. 도발 8년 뒤인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김영철은 대한민국을 휘젓고 다녔다.

끝으로, 김 씨는 지금도 남한 사회 구석구석에서 암약하고 있는 남파 공작원들과 그들에게 포섭된 친북 인사들의 반역 행태를 낱낱이 고발했다. 최근에 6000여 명에 이르는 대남 사이버 군단이 전방위적으로 우리 사회를 교란하고 우리 국민에게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보이고 있다는데 당국의 철저한 대비책 마련과 도발 행위에 대해서는 응분의 조치들이 취해져야 할 것이다.

김 씨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의 진위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반드시 그 전모가 밝혀져야 한다. 국가안보와 개인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부득이 공개할 수 없었던 부분까지도 진실 규명 차원에서 전면적인 재조사를 해 더는 대한민국이 북한 첩보기관에 농락당하거나 정치 예속화하는 치욕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목숨을 걸고 탈북한 뒤 또다시 목숨을 걸고 북한의 대남공작 실태를 고발하는 것이 북한 동포를 독재에서 구출하기 위한 유일한 의무이기 때문이라는 김 씨의 고언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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