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심오한 내면은 없다, 뇌 과학만 있을 뿐

정영현 기자 2021. 10. 1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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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심리학자이자 행동과학자 닉 채터는 저서 '생각한다는 착각'에서 우리의 생각과 욕망, 행동 등이 알 수 없는 깊은 내면 세계에서 비롯된다는 믿음이 '착각'이라고 주장한다.

뇌가 우리 생각과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 같지만, 인간은 내면 기저에 있는 특별한 어떤 것에 영향을 받아 행동한다기 보다 단지 어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의 정체성을 계속해서 만들며 끊임없이 즉흥적으로 행동할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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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는 착각 (닉 채터 지음, 웨일북 펴냄)
■마음의 연금술사 (다이앤 애커먼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서울경제]

우리의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심리학자이자 행동과학자 닉 채터는 저서 ‘생각한다는 착각’에서 우리의 생각과 욕망, 행동 등이 알 수 없는 깊은 내면 세계에서 비롯된다는 믿음이 ‘착각’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베일에 가려진 심오한 마음 같은 것은 없으며, 내면의 믿음이나 가치, 욕망 등은 단단히 고정된 게 아니라 그저 과거 경험에 의해 늘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뇌가 우리 생각과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 같지만, 인간은 내면 기저에 있는 특별한 어떤 것에 영향을 받아 행동한다기 보다 단지 어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의 정체성을 계속해서 만들며 끊임없이 즉흥적으로 행동할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머리 속에서 생겨나는 과거 판례를 참고하고 재해석하며, 매 순간 새로운 사건을 판단한다는 점에서 판사와 같다고 설명한다. 내면 세계의 숨겨진 힘으로 우리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매번 새 규칙을 만들어내면서 살아가는 만큼 내면이 특별한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1만6,000원.

‘마음의 연금술사’의 저자 다이앤 애커먼도 우리 의지에 특별한 힘이 관여하는 게 아니라 수십 억 개의 뉴런이 뒤엉켜 있는 회색 물질인 뇌가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기억과 생각, 감정과 언어의 생성과 습득을 주관한다고 말한다. 1,000억 개의 뉴런이 상호 작용한 결과가 인간의 의식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뭔가를 발견하고 배우면 새롭게 시냅스 연결 회로가 생겨나고, 뉴런 나무의 큰 가지에 작은 가지가 새로 돋는 식으로 의식이 확장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애커먼은 이 같은 주장을 더 탄탄하게 뒷받침하기 위해 지구 상에서 생명체가 탄생하기 시작한 24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오늘날 인류의 뇌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어 인류의 심리와 행동, 문화 속에서 뇌의 역할과 그 속에 담긴 매커니즘을 깊이 있게 파고 든다. 인간 뇌의 작용 중 하나인 기억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해박한 과학 지식을 문학적 언어로 표현해 내는 저자가 독특한 감수성과 철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뇌와 인간 의식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나간다. 2만8,000원.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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