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정규직 전환' 현대제철 파업이 남긴 것들
"수출 타격→질병 확산"..불안 마케팅·냉랭한 시각도 '여전'
52일 만인 13일 파업 종료된 현대제철 당진공장 비정규직 파업 사태가 우리 사회에 남긴 여운은 적지 않다.
특히 이번 파업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자회사 정규직 전환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회사 정규직 전환 정책을 앞서 추진한 정부 산하 공공기관들에서 나타난 문제가 민간 기업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는 점은 정부도 곱씹어볼 일이다.
자회사 정규직 전환 불씨 '여전'
사 측이 지난 7월 발표한 '현대ITC 자회사' 설립 방안은 사내 하청업체(협력사) 노동자 7천여 명을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규직 임금의 80% 수준과 사내 복지 공유 방안도 담겼다.
하지만 노조 측은 자회사 정규직 전환이 불법 파견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일 뿐 또 다른 하청업체에 불과하다며 전환을 거부하며 현대제철 직접 고용을 주장했고, 결국 8월 23일 통제센터 점거 파업이 시작됐다.
당시는 현대제철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불법 파견' 개선 명령을 받은 상태로 포스코 하청 불법 파견(광주고법), 현대위아 불법 파견 및 직접 고용(대법원) 등의 판결이 잇따르던 시기다.
이처럼 사내 하청업체 불법 파견과 직접 고용 판결이 계속되던 상황에서 나온 사 측의 자회사 정규직 전환으로 노조 측은 이에 대해 "불법 파견을 회피하려는 꼼수로 이름만 달리한 또 다른 하청업체 비정규직"이라며 전환을 거부했다.
한만주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자회사 설립의 목적 중 하나는 손쉬운 해고로 볼 수 있다"며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 자회사가 되면 수익성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파업이 종료됐지만 자회사 정규직 전환 불씨가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니다.
결과적으로 사내 하청업체 49곳 가운데 25곳이 남았고 노동자 2200여 명도 기존처럼 협력사에서 일을 하게 됐다. 신설된 자회사 ITC와 기존 협력사들이 공존하게 된 셈.
현대제철 측은 "빠른 정상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확대와 지역사회 발전 기여"를 강조하고 있지만 노조 측은 "이번 파업은 자회사를 통한 비정규직 양산을 막기 위한 것으로 앞으로 현대제철 직접 고용이라는 더 큰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기관 벤치마킹…논란도 고스란히
실제 해당 기관 비정규직들은 자회사 정규직 전환 후 ◊임금 인상이 높지 않다는 점 ◊기존 하청업체와 비슷한 구조 ◊고용 불안 여전 등을 이유로 본사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발전공기업, 강원랜드 등에서 자회사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한만주 수석 부지회장은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당시 자회사로 옮긴 사람들 대부분이 후회하고 있다"며 "임금 인상은 기대에 못 미치고 해고는 더 쉬워진 사실을 알고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자회사 정규직 전환 방안을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파업을 바라보는 냉랭한 시각도 '여전'
이번 파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냉랭한 시각도 여전했다. 자회사 전환 등 파업 쟁점에 대한 논의보다는 코로나 확산 우려와 불법 점거에 대한 우려가 넘쳐났다.
과거 "수출 타격" 혹은 "경기 위축" 등에서 "코로나 질병 확산"으로 변경됐을 뿐 이른바 '불안 마케팅'이 여전하다는 분석도 있다.
한 부지회장은 "코로나 문제가 있었지만, 우리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파업을 진행하면서도 거리두기 확보에 최선을 다했고 실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업의 이유에 대해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귀족 노조라는 포장과 굴레에 갇혀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며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는데 왜 파업을 하냐는 지적도 있지만, 이번 파업은 또 다른 비정규직인 자회사 정규직 전환을 막아내기 위한 투쟁이었다는 점을 시민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전CBS 신석우 기자 dolb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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