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수장의 高인플레 진단.."경제 회복의 최대 걸림돌"

김정남 2021. 10. 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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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국제금융협회(IIF) 연례 총회 참석
세계 최대 IB 골드만삭스의 존 월드런 대표
"높은 기대인플레 고착, 하락에 시간 걸려"
"많은 CEO들, 공급망 혼란 등 매우 걱정"
'민주당 사람' 서머스, 퍼먼도 당국 비판
존 월드런 골드만삭스 대표가 13일 오전 9시3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높게 형성된 기대인플레이션이 완화하려면 1년 혹은 2년, 어쩌면 그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이끄는 존 월드런 대표는 13일(현지시간)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 셋째날 연사로 나서 “공급망 대란으로 인해 이미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진 상태”라며 이렇게 경고했다.

인플레 장기화 우려한 골드만 수장

IIF는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400여개 대형 민간은행과 투자기관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국제금융기관 연합체다. 이번 총회는 코로나19 탓에 화상으로 열리고 있으며, 이데일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직접 참석했다.

월드런 대표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겸하며 데이비드 솔로몬 대표와 함께 골드만삭스를 이끄는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2000년 입사한 후 투자금융서비스 글로벌 책임자, 투자금융 부문(IBD) 책임자 등 주요 직책을 두루 맡으면서 골드만삭스의 성장을 이끌었다.

월드런 대표의 발언은 이날 미국 노동부가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한지 1시간 만인 오전 9시30분 나왔다. 노동부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4%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5.5%) 이후 13년2개월 만의 최고치다. 최근 5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 정책 목표치(2.0%)를 훌쩍 넘는 고물가가 추세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월드런 대표는 “지금 가장 걱정하고 있는 리스크는 인플레이션”이라며 “이것은 일시적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현재 금융시장과 세계경제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단일 리스크”라고도 했다.

월드런 대표가 직접 거론한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집계를 보면, 향후 1년 인플레이션율은 8월 당시 5.2%로 나타났다. 2013년 관련 집계를 내놓은 이후 가장 높다. 월드런 대표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고착화할 경우 그만큼 (2.0%로 다시 안정화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며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장기화할지 여부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가장 큰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총회에서 만나본 대다수 최고경영자(CEO)들이 공급망 혼란과 그에 따른 수입 비용 증가, 원자재 비용 급증, 노동력 부족 등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경제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신흥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주당 사람’ 서머스, 퍼먼도 비판

월드런 대표뿐만 아니다. 또다른 금융계 리더인 데이비드 매케이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CEO는 이날 오후 연사로 나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기업들은 높아진 임금으로 인해 여전히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미국의 9월 시간당 임금은 30.85달러로 전년 동월(29.50달러) 대비 4.58% 증가했다.

매케이 CEO는 “일부 경영자들은 ‘현재 높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중앙은행 인사들의 확신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중앙은행과 기업은) 다소 다른 세상을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를 몇 달 전부터 예견했던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추가 상승하고 현재 인플레이션율이 자연스럽게 목표치인 2.0%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할 만한 요인들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며 “그 대신 집값 급등, 임금 인상 같은 요인들이 물가를 높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머스 교수는 하버드대 총장 출신으로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각각 맡았던 최고 석학이다. ‘민주당 사람’으로 여겨졌던 그가 정책당국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연일 비판하자, 민주당 내에서 볼멘소리까지 나왔을 정도다. 그럼에도 서머스 교수는 전날 씨티그룹이 개최한 화상회의에도 참석해 “연준의 대응이 뒤처져 있다”고 맹비난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의장을 역임했던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도 이날 연례 총회에서 “이런 (전례가 없는) 상황을 위한 교과서적인 대응책은 없다”며 “(정책 당국자들이) 인플레이션 진행 상황을 보면서 알아가고 있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3일 오후 3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금융협회(IIF)의 연례 멤버십 총회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IIF 멤버십 총회 캡처)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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