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인사이트] 제주의 낡은 영화관, 어떻게 MZ의 '힙플레이스' 됐나

폴인 2021. 10. 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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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Note

「 다시 '로컬(Local)'의 시대입니다. 여기서 로컬은 '지역'이란 사전적인 의미뿐 아니라, 특정 지역의 문화·식품·공간·예술·관광 등 유무형의 자원을 두루 포괄합니다. 최근 소비의 핵심 주체로 떠오른 MZ세대는 자신만의 개성을 찾기 위해 더 세분화한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합니다. 특히 '나다움'이라는 정체성과 가치관에 맞는 소비를 하기 위해 로컬, 즉 자신과 가장 가까운 동네'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많은 전문가들은 로컬에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합니다. 최근 새로운 공간과 콘텐츠로 지역의 브랜드 가치까지 함께 올린 대표 사례로 '제주 탑동'이 있습니다. 아라리오 제주 김지완 대표는 2014년 제주시 탑동의 오래된 건물을 미술관과 갤러리로 리모델링하여 '예술'을 기반으로 다시 원도심에 사람을 불러모으는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 '아라리오 로드'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건축 기획사 프로젝트데이의 대표 심영규 PD가 아라리오 제주의 김지완 대표와 함께 진행한 인터뷰의 일부를 공개합니다.

※ 이 기사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이 발행한 “뉴 로컬 : 발길 이끈 동네의 비밀” 의 2화입니다.


제주의 낡은 영화관, 어떻게 갤러리가 됐을까?


심영규 : '뉴 로컬'인 제주시 탑동의 매력을 알아보기 위해 제가 찾은 곳은 '아라리오 로드'입니다. '아라리오 제주'라는 곳이 2014년부터 탑동 일대에서 '타운매니지먼트'를 하며 거리를 활성화한 곳인데요. 대표 프로젝트 이름이 '아라리오 로드'입니다. 이를 운영하는 김지완 아라리오 제주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김지완 아라리오 제주 대표. ⓒ아라리오 제주
김지완 : 아리리오 로드를 소개하기 전에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를 먼저 소개하고 싶습니다. '탑동 타운 프로젝트'의 시작을 상징하는 아라리오뮤지엄 3곳 중 하나인데요. 8년 동안 방치된 영화관 건물을 미술관으로 만들었어요. 예술공간 운영을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을 살려보자는 취지였죠.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1층 데스크는 과거 프랜차이즈인 KFC가 있던 곳인데요. 지역을 그저 새로 바꾸는 게 아니라 과거를 유지하면서 옛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길 바랐어요. 관광객뿐 아니라 탑동에서 나고 자란 분이 오면 즐거웠던 유년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했죠.

그래서 기존에 있던 노란색 타일을 철거하지 않고 남겨뒀어요. 과거의 것을 남기고 그 위에 새 것을 덧칠하는 과정에서 '재생'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옛 이름 '탑동시네마'를 그대로 사용한 것도 마찬가지고요.

나머지 공간에선 아라리오가 그간 모은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미술관에서 가장 중요한 주인공은 작품과 이를 경험하는 관객입니다. 공간이 작품과 관객 혹은 관객과 관객이 서로 소통하는 장이 됐으면 했어요. 그래서 인테리어에 힘을 주지 않았습니다. 아직 공사 중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의도를 담았죠. 아라리오 로드를 찾아오는 분이라면 여기서부터 여정을 출발하길 추천하고 있습니다.

심영규 : 이어서 주변을 둘러볼게요. 길 건너 'ABC 베이커리'도 탑동 타운 프로젝트의 일부죠.

김지완 : ABC 베이커리는 이태원의 천연발효종 베이커리로 유명한 '오월의 종' 정웅 대표가 컨설팅하는 로컬 빵집입니다.
제가 2014년 탑동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한 뒤 많은 실패를 경험했는데요.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게 2020년 5월입니다. 그때 가장 먼저 문을 연 곳이 바로 ABC 베이커리에요.

오픈할 때는 제주를 찾는 1000만명 관광객을 목표했지만, 지금은 이 지역에 사는 100여명 주민을 대상으로 운영합니다. 종류를 늘리거나, 달고 자극적인 메뉴를 판매하기보다 매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빵을 선보이죠. 심플하지만 진정성 있는 브랜드가 되려는 탑동 프로젝트의 방향과도 잘 어울렸죠. 요즘엔 단골이 많아져서 오후 4시면 모든 빵이 소진된다고 해요.


'빼는 건축'이 의미 있는 이유는

심영규 : 그럼 아라리오 로드의 골목길 안쪽 이야기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전반적인 공간 설계를 일본 건축가 조 나가사카(Jo Nagasaka)*가 기획했다고요.

* 오사카 출신의 조 나가사카는 도쿄 국립대학 건축학과 졸업 후 도쿄에 스키마타 건축 사무소(Schemata Architects)를 열었다. 2011년 버려진 주택을 개조해 만든 이솝(Aesop) 아오야마점을 통해 명성을 얻었다. 블루보틀(Blue Bottle) 아오야마점(2015)과 시나가와점(2016), 전시장처럼 옷을 디스플레이한 공간 데상트 블랑(Descente Blanc) 마루노우치점(2016), 직원 공간과 매장 공간을 함께 노출한 패션 매장 캠퍼(Camper) 신-마루노우치점(2017) 등의 건축과 공간을 맡았다.

김지완 : 네. 저희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골목과 동선'이었어요. 골목을 통해 탑동의 모든 프로젝트가 연결되게 하고 싶었어요. 곳곳에 퍼진 건물이 각자의 역할을 하며 그 안에 사람들이 오가는 유기적인 디자인을 하려 했죠. 그러려면 한 명의 건축가가 총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 나가사카와 협업을 시작했죠.

조 나가사카의 기획 중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바로 옆 공간은 그의 '빼기의 공간'이라는 철학이 잘 드러난 곳입니다. 전반적인 콘셉트는 '보이지 않는 개발'이에요.

건축가 조 나가사카의 초기 구상안 스케치. ⓒ아라리오제주

과거 버거킹이 입점한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 겉모습이 화려하진 않지만, 내부에 들어가면 반전을 느끼도록 했어요. 1층은 건물 외벽을 뚫어 필로티 형태로 디자인해 기둥 역할을 하면서 1층 포터블(Portable) 매장으로 편히 접근할 수 있게 했어요. 건물 오른쪽 3분의 1을 덜어낸 것도 큰길에서 골목길로 들어오는 동선을 만들기 위해서였죠.

골목길 입구에 위치한 카페 '크림'도 '빼는 건축'이라는 콘셉트 아래에 탄생한 공간입니다. 크림은 홍대에서 유명한 '푸하하크림빵'을 운영한 임현 셰프님이 제주로 이주해 만든 브랜드인데요.

원래 전시장으로 사용하던 이 공간에는 미술관 벽체가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하지만 조 나가사카의 제안으로 진지한 미술관의 분위기를 가볍게 할 수 있는 골목의 입구가 탄생했죠. 덕분에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 잠시 편하게 머물 공간이 됐습니다.

2층 프라이탁(Freitag) 매장으로 이어지는 계단도 중요합니다. 원래 이곳엔 계단이 없었어요.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새로 만들었죠. 덕분에 건축적으로도 화룡점정이 됐어요. 오래된 건물에 무언가를 더하기보다 오히려 빼면서 크게 달라졌다는 인상보다는 지역에 더 최적화한 공간을 완성한 겁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것을 신경 써 활용하면 더 많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길 위의 각 요소를 연결하는 건 한 명의 건축가가 전체적인 그림을 기획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공간 내부의 콘텐트도 중요하지만, 각 건물을 하나로 아우르며 공간의 첫인상을 만들어주는 동선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죠.

심영규 : 프라이탁이 들어온 것도 인상적입니다. 입점 브랜드를 선정할 때 특별히 고려한 게 있나요?

김지완 : 탑동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가치가 브랜드를 통해 하나의 콘셉트로 연결되길 바랐어요. 하나의 결로 파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죠. 우선 디앤디파트먼트는 중고 가구를 판매하고, 프라이탁도 버려진 타프*를 재생해 제품을 만든다는 점이 있죠. 또 프라이탁 매장엔 이미지월도 설치해 이 브랜드의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타프(Tarp) : 방수 처리가 된 방수포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에 입점한 프라이탁 매장. ⓒ아라리오 제주


세계 11곳 공간 중 제주에만 있는 'd room'

심영규 : 이제 디앤디파트먼트(D&Department) 제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라리오 로드에서 가장 인기 많은 포토 스팟 중 하나이기도 하죠. 디앤디파트먼트와의 협업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하게 됐나요?

(후략)

※ 이 기사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이 발행한 “뉴 로컬 : 발길 이끈 동네의 비밀” 의 2화입니다. 세계 11곳 공간 중 제주에만 있는 'd room'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폴인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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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리단길, 망리단길, 연트럴파크…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바로 '동네 상권'입니다. 코로나 시대,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소비주체가 될 MZ세대가 일하고 놀고, 먹고, 자는 곳은 가까운 '직주락근접(職住㦡近接)'으로 봅니다. 이렇게 새롭게 정의된 로컬이 우리의 미래가 될까요? 폴인에서 MZ세대의 발길을 끈 동네의 비밀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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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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