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의 편지] '범죄 여부'로 갈리는 대선이라니

이종태 편집국장 2021. 10. 14.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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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받는다는 것은 끔찍한 일입니다.

저도 보도와 관련된 혐의로 재판을 받아봤는데, 검사의 실형 구형 땐 살짝(?) 섬뜩했습니다.

재판은 무섭습니다.

검찰은 이 무서운 재판 절차에 시민을 넘길지(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국가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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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의혹의 당사자인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왼쪽 두번째)와 황희석 최고위원(오른쪽 두번째)이 9월13일 서초동 대검찰청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을 받는다는 것은 끔찍한 일입니다. 저도 보도와 관련된 혐의로 재판을 받아봤는데, 검사의 실형 구형 땐 살짝(?) 섬뜩했습니다. 재판은 무섭습니다. 국가가 개인에 대해 ‘폭력(자유와 재산의 박탈)’을 합법적으로 행사하도록 허용하는 공식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이 무서운 재판 절차에 시민을 넘길지(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국가기구입니다. 무섭고 신성한 권력입니다. 다만 민주공화국에서 이 권력이 정당화되려면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중립성입니다. 검찰은 자신(들)과 사적관계로 얽혀 있다고 해서 범죄 혐의가 유력한 자를 기소에서 빼면 안 됩니다. 밉다고 억지로 혐의를 만들어 법정에 세워도 안 됩니다. 그렇게 한다면 법치주의, 나아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입니다.

고제규·김은지·나경희 기자는 〈시사IN〉 제735호 커버스토리에서 ‘고발 사주’ ‘윤우진 재수사’ 등 최근 사건에서 드러난 대한민국 검찰의 고질병을 고발합니다.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 ‘공작정치’로 몰아붙였던 ‘고발 사주 의혹’의 윤곽이 김웅 의원과 제보자 조성은씨 간 통화가 복구되면서 한층 더 뚜렷해졌습니다. 검찰 내부자가 언론사 기자들, 유시민 작가 등에 대한 고발장을 손수 만들어 검찰 출신 의원 후보에게 보내고, 그가 소속한 정당은 같은 내용의 고발장을 검찰에 냈습니다. ‘재판에 넘기는’ 공적 절차가 검찰 출신들의 개인적 이익에 휘둘렸습니다. 언론사의 경우에 비유한다면, 편집국장이 누군가를 시켜 큰 사고를 저지르게 하고 그것으로 특종을 하다가 들키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제규 기자는 2013년 검찰의 ‘윤우진 사건 불기소 결정서’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윤 전 세무서장은 뇌물을 준 업체에 추징된 세금을 낮춰주거나 검경에 로비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검찰은 윤씨와 관련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여섯 번이나 반려했습니다. 이 와중에 윤씨는 타이로 달아났다가 인터폴 수배에 걸려 한국으로 압송되었으나, 검찰은 다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반려한 뒤 불기소 결정을 내려버립니다. 그 덕분에 윤씨는 복직해 정년퇴임하고 세무법인까지 열 수 있었지요.

〈시사IN〉은 앞의 두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름이 거듭 등장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도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좋든 싫든 이번 대선은 여야의 유력 후보들이 ‘범죄자였느냐’ 여부로 승패가 갈리는 싸움이 되겠군요.

이종태 편집국장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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