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슴' 커쇼와 달랐다, 범가너-실링 이어 뷸러 "최고 빅게임 피처"
[OSEN=이상학 기자]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디비전시리즈 3차전을 패하며 1승2패 벼랑에 몰린 뒤 4차전 선발투수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1차전 선발투수로 6⅓이닝 99구를 던진 워커 뷸러(24)의 3일 휴식 등판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13일 4차전 당일에야 뷸러의 선발 출격이 공식 발표됐다. 다저스 팬들은 기대보다 불길함이 앞섰다. 가을야구 실패의 상징이 되어버린 클레이튼 커쇼(33)의 잔상 때문이었다. 가을야구에서 위기 때마다 커쇼를 당겨 썼지만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이 더 깊게 남아있다.
지난해까지 커쇼는 포스트시즌에 3일 휴식 선발등판이 4경기 있었다. 구원등판 후 2일 휴식 선발등판도 2경기. 이 6경기에서 커쇼는 2승2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했다. 팀은 3승3패. 6경기 중 4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할 만큼 이미지에 비해 짧은 휴식 등판 결과가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포스트시즌 통산 평균자책점(4.19)에 비해 짧은 휴식 때 성적이 조금 더 좋았다. 하지만 성공보다 실패 기억이 더 강렬했다. 지난 2016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6⅔이닝 5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고, 2018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에도 4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며 패전을 안았다.
2017년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3일 휴식 등판에 나선 뷸러는 달랐다. 커쇼의 실패 잔상을 말끔히 지웠다. 지면 시즌 끝인 부담스런 상황에서 4⅓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 호투로 팀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선발승은 챙기지 못했지만 뷸러의 호투에 힘입어 다저스는 7-2로 승리, 시리즈 전적 2승2패 원점으로 만들며 기사회생했다.
경기 후 로버츠 감독은 "(6⅓이닝 3실점을 기록한) 1차전보다 오늘이 더 좋았다"며 "뷸러가 등판을 원했다"고 밝혔다. 다저스가 1차전 패배 후 2차전 승리할 때부터 상황에 따라 4차전 등판 의사를 코칭스태프에 전한 뷸러는 "지면 끝나는 경기에 투구를 안 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며 "클럽하우스에 걸어갈 힘이 있는 한 투구를 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날 총 71개 공을 던진 뷸러는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평균 96.1마일(154.7km)로 정규시즌(95.3마일·153.4km)보다 0.8마일(1.29km)이 더 빨랐다.
강력한 패스트볼뿐만 아니라 주무기 슬라이더, 커브에 지난해까지 거의 던지지 않았던 체인지업으로도 헛스윙 2개를 뺏어낼 만큼 좋았다. 샌프란시스코 버스터 포지는 "뷸러가 4가지 구종으로 존을 공략하며 우리 밸런스를 무너뜨렸다"고 인정했다. 다저스 포수 윌 스미스도 "시즌 내내 체인지업이 발전했고, 점점 좋아지고 있다. 필요할 때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다"고 뷸러를 칭찬했다.
다저스 핵심 불펜투수 블레이크 트레이넨은 "내가 본 최고의 플레이오프 투수 중 한 명"이라고 뷸러를 치켜세운 뒤 "그는 큰 경기, 중요한 순간들을 좋아한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팀의 스토퍼가 됐다. 우리 팀에 능력 있는 투수가 많지만 그런 상황에서 공을 잡는 투수가 뷸러라는 것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MLB.com'은 '수년간 베테랑들의 성공을 지켜본 뷸러가 올해 다저스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많은 포스트시즌에서 성적을 냈지만 짧은 휴식을 취한 적은 없었다. 그가 왜 가치 있는 에이스인지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며 '뷸러는 지면 탈락인 경기에서 4차례 등판해 21⅔이닝 동안 3실점(평균자책점 1.25)만 줬다. 포스트시즌 13경기 통산 평균자책점 2.50은 1995년 와일드카드 시대 이후 포스트시즌에 최소 10경기 이상 선발등판한 투수 중 매디슨 범가너(2.11), 커트 실링(2.12)에 이어 3위'라고 빅게임 피처 뷸러를 집중 조명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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