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도 물 '강제샤워' 숨진 日 3살..과거에도 수차례 학대신고

이영희 2021. 10.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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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大坂)에서 3세 남자아이가 엄마의 남자친구가 뿌린 뜨거운 물에 전신 화상을 입고 사망한 사건과 관련, 사건 이전 수차례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사카 지검은 13일 용의자인 마쓰바라 다쿠미(松原拓海·24)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지만 마쓰바라는 "고의적으로 죽이려 하진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거하는 여자친구의 아들에게 뜨거운 물을 끼얹어 숨지게 한 마쓰바라 다쿠미가 지난달 22일 경찰에 체포돼 이송되고 있다. [간사이 방송화면 캡처]


"샤워기 물 온도 60도까지 올렸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8월 31일. 오사카 셋쓰(摂津)시의 한 아파트에서 3살 소년인 니무라 아리토(新村桜利斗)가 전신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실려갔으나 숨졌다. 사인은 화상으로 인한 쇼크사. 구급차가 도착했을 당시 소년은 온몸이 빨갛게 부풀어올라 있었으며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고 한다.

부검 결과 니무라는 사망 전 1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지속해서 뜨거운 물을 온몸에 뒤집어쓴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집에는 엄마의 남자친구인 마쓰바라와 단둘이었다. 마쓰바라는 조사에서 "집 욕조에서 샤워기 물의 온도를 서서히 올리는 놀이를 했다. 38도에서 60도까지 물 온도를 올렸는데, 담배를 피우러 잠시 나갔다 온 사이 아이가 죽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아이가 뜨거운 물에 노출된 시간이 잠깐이 아니며, 용의자가 쓰러진 아이의 몸을 찬물로 식히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강한 살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오사카 부경은 지난달 22일 밤 살인 혐의로 마쓰바라를 체포해 검찰에 송치했다.


신고 여러 차례 있었지만 "위험 없다" 판단


마쓰바라는 죽은 소년의 엄마(23)와 지난해 10월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나 올해 5월부터 동거를 시작했다. 수사 도중 이번 사건 이전에도 여러 차례 마쓰바라가 아이를 학대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엄마 남자 친구의 학대에 의해 화상으로 숨진 3살 소년 니무라 아리토. [간사이 방송화면 캡처]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6일 열린 사건 관련 전문가 검증회의에선 니무라가 다니던 보육원과 이웃에 의해 여러 차례 시청에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올해 4월 이전에 보육원에서 두 차례 "아이의 몸에 상처와 혹이 있다"고 시 아동상담소에 연락을 했고, 올해 6월에는 이웃 중 한 명이 "엄마와 동거남이 아이를 학대한다. 이러다간 아이가 죽을 것 같다"고 신고했다.

심지어 올해 5월에는 니무라군의 엄마 자신이 직접 "동거하는 남성이 아이를 때린다"고 상담을 신청했다. 당시 시 담당자는 마쓰바라를 만나 "더는 폭력을 쓰지 말라"고 경고하는 데 그치고, 아이에 대한 일시 보호 조치 등은 취하지 않았다. 담당자는 "방문해 확인한 결과 아이의 상처가 크지 않아 분리할 정도로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속 늘어나는 아동학대


일본에선 지난 4월부터 아동학대 관련 규정이 강화돼 지자체 아동상담소에 접수된 모든 아동학대 사례를 경찰과 공유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선 아이 보호자와 자주 면담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경찰과의 공조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회의에서 "충분히 징조가 있었는데 왜 경찰에 통보하지 않았는가"라며 시 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아동학대 사례는 매년 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동상담소에 신고된 18세 미만 어린이·청소년 학대는 지난 1990년 조사 시작 이래 최다인 20만 5029건이었다. 2019년보다 5.8%(1만1249건)나 늘어나 처음으로 20만 건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학대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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