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제의 '그분'이 유동규도 아니라면 대장동 몸통은 누구인가

조선일보 2021. 10. 14. 03: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체류 중 JTBC와 화상 인터뷰를 가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핵심 인사 남욱 변호사/JTBC 화면 캡처

성남시 대장동 비리 의혹에 연루된 핵심 인사로 미국에 체류 중인 남욱 변호사가 ‘그분’에 대해 입을 열었다. 구속 영장이 청구된 김만배씨는 녹취록에서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 말했다고 알려져 있다. 남 변호사는 이에 대해 “녹취록에 나온다고 하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분’의 정체에 대해선 “당사자만 알 것이며 추측성으로는 답변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구속된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이 ‘그분’일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만배씨가 유 전 본부장을 ‘그분’으로 지칭할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기억은 없다”며 “저희끼리는 형, 동생이었고 가장 큰형은 김만배 회장이었다”고 했다.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는 천화동인 1호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개발에 1억466만원을 투자해 1208억원을 배당받았다. 그런데 김씨 동업자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을 통해 김씨의 ‘그분’ 발언이 알려지면서 ‘절반’인 600억원의 소유주는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당연히 ‘그분’은 대장동 특혜 구조를 총괄한 ‘몸통’격 인물로 추정된다. 유 전 본부장이 바로 ‘그분’일 수 있다는 추론도 나왔지만 성남시가 추진한 1조원대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산하기관 본부장에 불과했던 그가 수백억 원을 뒤로 혼자 챙길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김씨가 자신보다 네 살 아래인 유 전 본부장에게 극존칭을 썼을 리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분’은 유 전 본부장 윗선을 지칭한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남 변호사도 “천화동인 1호가 자기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김만배씨한테 들은 건 사실”이라며 대장동 동업자들끼리 평소 호칭을 예로 들며 ‘윗선’의 존재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남 변호사는 “배당이 시작된 2019년부터 김씨가 유 전 본부장 지분을 얘기했는데 줘야 할 돈이 약 400억원부터 700억원까지 조금씩 바뀌었다”고도 했다. 그런데 남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이 ‘그분’일 가능성이 낮다고 했으니 유 전 본부장은 ‘윗선’에 배당금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 김씨가 ‘그분’ 발언에 대해 한 적이 있다고 했다가 없다고 하는 등 갈팡질팡 말을 바꾸는 것도 이 사건의 진상 규명과 직결된 ‘윗선’의 존재가 드러나는 게 두렵기 때문일 수 있다. 대장동 비리 의혹 수사의 본질은 ‘그분’의 실체와 위법 행위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단서가 나왔는데 검찰이 ‘그분’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어떤 수사 결과라도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