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불안한 출발

박창억 2021. 10. 1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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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선거인단서 28대 62로 참패
대장동 의혹 확산에 표심 흔들려
본선에서도 약점으로 작용할 듯
특검 수용하고 정면돌파 나서야

이재명의 별명 중 하나가 ‘전투형 노무현’이다. 지지자들은 그가 노무현을 닮았다고 한다. 기존 질서에 맞서는 강한 개혁성과 거침없는 화법, 드라마틱한 정치 역정 등이 노무현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에 강한 추진력까지 갖췄다고 해서 ‘전투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또 이재명은 사법연수원 시절 인권변호사 노무현의 강의를 듣고 판검사의 길을 가지 않고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재명은 집권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으나 대선 때까지 노무현처럼 험난한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무현은 2002년 4월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노풍’을 일으키며 대선 후보로 선출됐으나, 지지율이 급락하고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완패하자 후보사퇴 요구에 시달리게 된다. 동교동계 중심의 반노(반노무현)·비노 의원들은 그를 끌어내리기 위해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를 결성했고, 노무현은 정몽준과의 여론조사 단일화를 수용해야 했다.
박창억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낙승이 예상됐던 이재명은 10일 마지막 경선인 3차 선거인단에서 크게 뒤져 득표율 50.29%로 가까스로 본선에 직행했다. 3차 국민·일반당원 투표에서 이재명은 28.30%, 이낙연은 62.37%를 각각 얻었다. 이재명, 이낙연 둘 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을 정도로 그간의 경선 추세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었다. 정세균·김두관의 득표가 무효처리되지 않았다면 이재명의 득표율이 50%를 밑돌아 결선투표가 실시됐을 것이다.

그러자 이낙연 측이 무효표 산입과 결선투표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낙연은 당 선관위에 공식 이의제기를 했다. 이낙연 측 설훈 의원은 ‘이재명 구속’ 가능성과 후보 교체론까지 언급하고 있다. 사실상 경선 불복인 셈이다. 어제 당무위원회에서 ‘결선투표 불가’ 결정을 내렸고 이낙연은 일단 이를 수용한다고 했지만, 향후 이재명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면 민주당의 혼돈은 재연될 것이다.

3차 선거인단 투표는 6일부터 10일까지 이뤄졌다. 이재명의 ‘측근’으로 불리는 유동규가 3일 구속된 이후 대장동 특혜 의혹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던 시점이었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해 화천대유 측에 4040억원의 과도한 배당금이 돌아가고, 그만큼 성남시에 손해를 입힌 ‘배임’ 혐의가 영장에 적시됐다. 이재명이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이자 최종 관리 책임자인 만큼 검찰 수사의 칼날이 그를 향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범여권 지지층 사이에 확산했다고 봐야 한다.

이재명은 줄곧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오히려 토건세력과 유착한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역공을 펼쳤다. 하지만 3차 선거인단은 이런 해명에 싸늘한 표심을 보이며 28대 62로 참패를 안겨줬다. “한전 직원이 뇌물 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는 이재명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대장동 사건의 본질은 “국민을 상대로 장사하고 민간업자에게 과도한 부당이득을 안겨준 공공과 토건사업자의 짬짜미 토건부패 사업”(경실련)이다. 이재명이 이렇게 뜨뜻미지근한 해명으로 본선에 들어선다면 본인과 민주당 모두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제 발표된 윈지코리아컨설팅 여론조사에서도 대장동 의혹과 관련, 응답자의 56.5%가 ‘이재명의 책임이 크다’고 답했다.

이재명은 난국 해법 마련에 고심할 것이다. 그럴수록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무현 이상으로 그의 앞날은 고단해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검찰·경찰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지만, 현재 검찰과 경찰 수사는 신뢰를 잃은 상태다. 검경이 수사 결과를 내놓는다고 해도 국민이 믿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이 선제적으로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재명이 정치적 역경 때마다 택했던 정면돌파 방식과 상통한다. 노무현도 정몽준과의 여론조사 단일화를 수용했고, 대통령이 된 후에도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2003년 10월 ‘재신임’을 제안했다. 이재명은 3차 선거인단의 ‘매질’이 본선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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