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우주 여는 자, 미래를 가진다

- 2021. 10. 13.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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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강국 첫걸음 '누리호' 발사
우주항공 '퍼스트 무버형' 기술
경제산업적 엄청난 파급 효과
꾸준한 투자·정책 지원 나서야

오는 21일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가 발사될 예정이라고 한다. 2013년 전남 고흥 나로 우주센터에서 나로호 발사에 성공한 지 8년 만이다. 더욱이 1단 로켓을 러시아에서 제공받아 발사한 나로호와 달리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중대형 액체로켓 엔진을 개발해 우리의 힘으로 쏘아올리는 것이니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하겠다. 누리호는 중형차 한 대의 무게인 1.5t을 약 고도 700㎞까지 올려보낼 수 있는 로켓이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추진력이 필요한데, 누리호의 1단 로켓은 75t급 엔진 4개를 묶어 경차 300대를 한 번에 하늘로 올려보낼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한다.

혹자는 이번 누리호 발사를 단순한 이벤트로 치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200t짜리 15층 빌딩만 한 발사체를 고도 700㎞까지 올려보내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 지구중력을 이기면서 탈출속도를 넘어서야 하고, 3단 로켓이 정확한 시점에 깨끗하게 분리돼야 하며, 극저온과 초고속을 동시에 견디는 대형 연료 및 산화제 탱크도 필요하다. 이 복잡한 과정을 제어하는 발사체 운용 인프라와 앞으로 몇 년간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할 인공위성 기술개발이 중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안준모 고려대 교수·과학정책학
우주항공기술은 기초과학이 강한 경제적·군사적 선진국이 주도하는 대표적 퍼스트 무버형 기술이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누리호 발사 과정에서 개발한 75t급 엔진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일본, 인도 등 6개국에 불과한데, 이 중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며 인도는 비상임이사국이다. 또한 우주항공기술은 기술적 파급력이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가령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전자레인지나 러닝머신도 우주항공 분야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우주에서 화재 등 안전상의 이유로 불을 사용해 음식물을 조리할 수 없기 때문에 전자파를 이용해 음식물을 데울 필요가 있으며, 무중력 상태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우주인의 근력 유지를 위해 러닝머신 같은 운동장비가 필요하다. 일본의 나사(NASA)라고 할 수 있는 JAXA는 다양한 우주항공기술을 민간기업에 이전해 기술사업화를 유도했는데, 인공위성의 태양전지판을 접고 펴는 기술을 지도 제작회사에 이전해 손쉽게 접고 펼 수 있는 지도를 상용화하기도 했다.

우주항공기술은 경제산업적 파급력도 상당하다. 스웨덴 기업 사브는 과거 항공부문과 자동차부문을 모두 가지고 있었는데, 항공부문은 드라켄, 비겐, JAS 39 그리펜 등의 전투기를 제작했고, 이 과정에서 개발된 기술은 사브 자동차에 적용돼 사브가 명차 반열에 올라서는 데 기여한 바 있다. 지금은 자동차에 흔히 적용돼 있는 ABS 브레이크나 사고기록 블랙박스 등이 대표적 예이다. 롤스로이스도 마찬가지다. 고급 자동차 회사인 롤스로이스도 사브처럼 항공부문과 자동차부문을 모두 가지고 있었고, 항공부문의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자동차 관련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 두 회사 모두 경기침체로 재정적 압박이 오자 자동차부문을 각각 미국과 독일에 넘겼지만 항공부문은 끝까지 사수했다. 특히 영국 정부는 IMF 경제위기에 롤스로이스 항공부문을 아예 국영화해 버리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핵심기술을 지키려고 했다. 테슬라는 어떠한가. 전기차 회사 테슬라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는 재활용이 가능한 대규모 우주발사체를 만드는 스페이스 엑스도 창업했는데, 스페이스 엑스가 발사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개발된 신소재나 기술이 테슬라의 전기차에 적용되고 있다.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달 탐사는 이데올로기적 경쟁의 성격이 있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실용적인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21세기의 우주기술 경쟁은 다양한 기술 및 산업분야에서 엄청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점에서 우주를 여는 자가 미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미래를 위한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딛고 있다. 꾸준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으로 우주항공분야를 육성해야 한다.

안준모 고려대 교수 과학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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