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반응이 느렸다" 박병호의 변신, 현실을 받아들이고 실리를 택했다[MD스토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몸의 반응이 느렸다."
키움 박병호는 2020시즌부터 알 수 없는 부진에 시달렸다. 단축시즌 여파가 컸다고 하기엔, 2021시즌의 부진이 너무 오래갔다. 사실상 9월 중순까지 보여준 게 없었다. 포지션이 겹치는 윌 크레익이 입단하자 벤치로 밀려나기도 했다. 일찌감치 4번 타순에선 벗어난 상태였다.
KBO리그 통산 323홈런을 터트린,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한 베테랑 타자에겐 굴욕이었다. 박병호는 과거 인터뷰서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다"라고 했다. 야구는 매일 해야 하고, 성적을 내야 팀과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다.
변화를 택했다. 박병호는 13일 고척 NC전 직후 "(투수가 공을 던지기 시작할 때)다리를 (몸쪽으로)끌었다가 힘을 모아서 쳤다. 그 시간이 길었다. 이제는 다리를 끌고 오는 게 없고 제자리에서, 조금 앞에서 찍어놓고 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요약하면 투수의 공에 반응하는 시간을 줄인 것이다. 힘을 모으는 과정을 사실상 생략하면서 "파워(장타력)에선 손해를 봤다"라고 했다. 그러나 "폼을 바꿨다고 장타가 안 나오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10경기서 37타수 14안타 타율 0.378 2홈런 10타점이다. 14안타 중 2루타 3방과 홈런 두 방이 포함돼있다. 전성기만큼은 아니더라도, 박병호의 장타가 완전히 죽은 건 아니다. 폼을 간결하게 바꾸면서 잘 맞은 타구가 많아졌고, 타구의 질이 좋아지면서 애버리지가 올라갔다. 찬스에서 좋은 타구를 생산하면서 팀에 기여하기 시작했다.
박병호는 "폼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원래 했다. 원래의 폼에서 성적이 안 좋았고, 몸의 반응이 느리다고 느꼈다. 좀 더 간결하게 바꿨다. 예전 같으면 늦을 수 있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타이밍이 맞는다. 선택을 잘 한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 폼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박병호는 "나와 타이밍이 안 맞는 투수에겐 어릴 때부터 그렇게 쳤다. 그래서 크게 부담은 없다. 파워에서 손해를 보지만, 이젠 심플하게 치는 게 중요하다. 지금 타이밍이 잘 맞고 있으니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만 한다"라고 했다.
오른쪽으로 힘 있는 타구도 많이 나온다. 타이밍을 잡으면서 잡아당기기만 하지 않고 밀어서 생산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박병호는 "몸쪽 좋은 공을 우측으로 치는 건 어렵다. 실투가 나올 때 좋은 결과가 나왔을 뿐이다. 그러나 잡아당기기만 해선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는 건 맞다. 연습을 그렇게 하고 있다. 몸쪽 공 대처를 더 준비해야 한다"라고 했다.
키움은 5강 경쟁서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박병호의 맹타가 큰 힘이 된다. 그는 "선수들끼리 얘기를 안 해도 이번 시리즈에서 순위다툼이 판가름 날 수 있는 걸 알고 있다. 좀 더 진중하게 경기에 임하는 듯하다"라고 했다.
[박병호. 사진 = 고척돔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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