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내분 불 껐지만.. 대장동 수사·이재명 지지율이 '원팀' 변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3일 대선 경선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당무위 결정을 수용하면서 당내 내분은 일단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당무위는 이재명 후보의 경선 승리를 재확인했고, 이 전 대표는 “이재명 후보께 축하드린다”며 경선 결과에 승복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위기”를 언급하며 여운을 남겼다. 대장동 수사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상황인 데다, 이 전 대표 측 일부 지지자는 경선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예고했다. 완전한 ‘화학적 결합’을 이루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얘기다.
이날 오후 소집된 당무위에는 당무위원 76명 중 64명(현장 49명·서면 15명)이 참석했고, 약 1시간 반 논의 끝에 경선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 전 대표 측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전 대표 측 입장을 거드는 의견도 일부 나왔지만, 박수로 추인하는 형태로 이 같은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규정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당장 대선 국면의 화합을 위해 당규 개정은 나중의 숙제로 미룬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당무위 결과를 보고받은 뒤 약 2시간 만에 입장문을 냈다. 그는 “과제를 남겼지만 당무위원회 결정은 존중한다”며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당원과 국민들에게는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주시기 바란다. 동지 그 누구에 대해서도 모멸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 반드시 4기 민주정부를 이루자”고 했는데, 이는 정권 재창출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전 대표는 칩거 상태에서 입장문만 내는 것으로 갈음했다. 이재명 후보는 감사 메시지를 내고 “국민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 이낙연 후보를 기억한다”며 “경륜과 역량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우리 당과 나라의 미래에 큰 역할을 하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이 후보와 지도부는 이 전 대표 측 인사들을 최대한 아울러 선대위를 출범한다는 방침이다.
표면적으로는 갈등이 봉합됐지만, 이낙연 캠프 내에서는 당무위 결정에 격분한 인사도 많았다고 한다. 이 전 대표 측 중진 의원은 “우리가 요구한 당무위에서 결론을 냈고 이 전 대표가 수용한 만큼 따를 수밖에 없지 않으냐”면서도 “억울한 마음이 쉽게 가시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핵심 의원은 “대장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어떻게 ‘이재명 찍어 달라’고 하겠느냐”며 “경선 때 ‘O점 대표’라고 평가절하해놓고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의 회동도 당장 성사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장동 이슈가 어느 방향으로 번지느냐가 당내 ‘원팀’ 기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는 대장동 파문에 휩싸이며 ‘경선 컨벤션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25~30%대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대장동 이슈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면 당심을 하나로 모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수사 상황에 따라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대장동 수사에 말려들거나 지지율이 계속 답보 상태에 있다면 후보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지자들 간의 충돌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 후보와 가까운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최근 이 전 대표에 대해 “민주 세력의 재집권에 방해가 되니 원팀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전 대표 측 정운현 공보실장은 “이래 놓고 ‘원팀’ 운운하는가”라고 반박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한 방송에서 이 전 대표 지지층에 대해 “거의 일베 수준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언론 개혁을 떠들던 개혁 당원이란 분들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데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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