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패스만이라도.." 텅 빈 야구장, 애타는 '팬심'
[경향신문]
7월 이후 무관중, 상권도 ‘타격’
“문화·예술 되고, 스포츠는 안 되나
스포츠의 긍정적 효과 재평가를”
두산과 LG가 홈으로 쓰는 잠실구장(사진)의 올 시즌 관중 수는 모두 합해 19만4629명이다. 7월 중순 수도권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상향된 이후 무관중 경기가 계속됐다. 코로나19 이전이던 2019년 198만3874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구단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고 하지만 독립법인이다. 2019년 매출 대비 2년 동안 연간 100억원 이상씩 200억원 넘게 줄었다. 내년 시즌 구단 운영에 심각한 영향이 예상된다”면서 “더 큰 문제는 야구장 인근의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천 일대 문을 닫은 가게들이 수두룩하다. 잘되는 곳도 매출이 60% 이상 줄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스포츠 산업계의 답답함은 더욱 크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4단계 상황에서도 극장이나 공연장은 방역수칙을 지키는 조건하에서 관객 입장이 가능하다. 야구장은 실외 종목인데도 여전히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단에 야구 관련 상품을 납품하는 업체 대표는 “오늘 아침에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을 보는데 미국은 야구장이 만원관중으로 가득 찼더라.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울화통이 터진다”며 “상품 관련 매출이 바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거리 두기 4단계 상황에서도 공연장은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회당 5000명까지 관객 입장이 가능하다. 테마파크나 대형 쇼핑몰, 백화점 등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반면 수도권 야구장은 7월 중순 이후 관중이 한 명도 들어올 수 없었다. 지난주 개막한 프로농구, 이번 주말 개막하는 프로배구 역시 수도권 경기는 여전히 무관중이 원칙이다. 전국체전도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고교생만 참가하는 대회로 축소됐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화예술은 되고 스포츠는 안 된다는 말인가. ‘숭문억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스포츠에 대한 편견이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2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팬들의 물리적 거리 두기가 정서적 거리 두기로 전염된다는 점은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스포츠 경기장은 여러 명이 모여서 같은 팀을 응원하며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연대의식을 경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라며 “이대로 시즌이 또 무관중으로 끝난다면 그 가치를 확인할 기회가 사라진다. 스포츠의 긍정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검토하는 가운데 시즌 종료 전 ‘백신 패스’ 도입을 열망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야구장에 모인 팬들이 방역 불감증을 상징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거꾸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예전처럼 응원하는 모습이 중계된다면 백신 접종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물론 일상 복귀에 대한 상징적 장면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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