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 손자가.."이제 편히 쉬세요"
[경향신문]
키움 이정후, 할아버지 별세 비보
슬픔 딛고 출전 ‘타율 1위 탈환’
꿈나무 시절부터 야구 지식 전수
말년까지 손자 지켜보며 조언도
프로야구 키움 외야수 이정후(23·사진)는 지난 9일 비보를 접했다.
경기가 없던 이날 할아버지 이계화씨가 세상을 떠났다. 광주로 서둘러 내려간 이정후는 다음날까지 빈소를 지켰다.
하지만 발인날인 12일까지 있지 못했다. 키움이 9~11일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 SSG, NC가 공동 5위로 치고 올랐다. 팀에 중요한 시기인 것을 고려해 아버지 이종범 LG 코치는 “경기에 집중하라”며 이정후를 서울로 올려보냈다.
무거운 마음으로 11일 팀 훈련을 소화하고 다음날 고척 NC전에 3번타자 겸 중견수로 정상 출전한 이정후는 4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덕분에 키움은 13-2로 승리하며 단독 5위 자리를 지켜냈다.
경기 후 이정후는 “정정하시다가 최근에 건강이 안 좋아져서 병원에 입원하셨다. (7~8일) KT전을 못 넘기실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하루 넘겨서 괜찮으실 줄 알았다. 그런데 쉬는 날 저녁에 (부고) 소식을 듣고 바로 광주에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코치는 현역 시절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야구장을 누볐다. 대를 이어 야구를 하게 된 이정후는 자연스레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을 이어받았다. 두 명의 바람의 후손을 키운 할아버지는 야구를 참 좋아한 분이었다. 할아버지는 ‘바람’처럼 이들의 곁을 계속 지켰다. 이정후는 “어렸을 때 아버지(경기)를 보러 가면 할아버지가 항상 있었다”고 돌이켜봤다.
할아버지는 현역 선수인 손자에게도 유용한 야구 지식을 심어주곤 했다. 이정후는 “캐치볼을 할 때에는 ‘왼쪽 가슴 부분을 보고 던져야 된다’, 주자로 나갔을 때는 ‘2보 이상 나가면 안 된다’라는 등의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손자가 프로 무대에 입단한 뒤에도 사랑은 이어졌다. 하지만 예전처럼 야구장에서 직접 응원할 수는 없었다. 이정후는 “광주 원정 경기에 가면 초청하려고 했는데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병원에서 TV로 지켜보셨다”고 했다.
키움의 경기를 모두 챙겨본 할아버지는 조금 타격감이 떨어진다 싶으면 “어깨가 열리고 있다”며 문자메시지로 조언하곤 했다. 이정후가 활약한 날에는 병원 사람들에게 치킨을 사주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정후는 한편으로는 자신의 경기를 보면서 마음을 졸였을 할아버지의 심정을 너무나도 잘 안다. 그렇기에 하늘에서라도 지켜보고 있을 할아버지를 위해 야구에 집중했고 이날 타율 1위(0.357) 자리를 다시 탈환했다. 이정후는 “할아버지가 이제는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자신을 키워준 ‘바람’을 향해 메시지를 띄웠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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