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이후, 이런 선수는 없었다
[경향신문]
이란 투톱 상대 강력한 방어력
공격에선 정확한 전진 패스로
유럽 빅리그 러브콜 ‘사정권’
아시아 최강인 이란 상대로도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괴물’ 김민재(25·페네르바체·사진)가 홍명보의 뒤를 잇는 대형 수비수 탄생을 확실히 알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2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 원정 경기에서 이란과 1-1로 비겼다. 비록 이기지는 못했지만,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리는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승점 1점을 챙겨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
한국은 후반 3분 손흥민(토트넘)의 선제골로 앞서나간 뒤 이란의 맹공에 휘말려 수차례 위기를 맞았다. 그런데도 한국은 1골만 내주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그것도 골키퍼 김승규(가시와)의 판단 미스만 없었다면 내주지 않았을 골이다.
한국이 이란의 맹공을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김민재였다. 이란의 투톱으로 나선 메흐디 타레미(포르투)와 사르다르 아즈문(제니트)은 피지컬이 뛰어나고 많은 활동량 속에 골결정력도 좋다. 수비수 입장에서 결코 막기 쉬운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김민재는 90분 내내 이들을 상대로 강력한 수비력을 뽐냈다. 상대가 몸싸움을 거칠게 하면 주눅들지 않고 맞붙어 공을 따내거나 빠른 상황 판단으로 공격수에 앞서 볼을 차단했다. 190㎝·88㎏의 건장한 체구에 발까지 빠른 김민재에게 타레미도, 아즈문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비뿐만이 아니었다. 김민재는 공격 상황에서 정확한 전진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 여기에 공격이 잠잠해지는 듯하면 자신의 빠른 발을 이용해 직접 드리블까지 하며 공격진에 가세하기도 했다.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존재감을 발휘한 수비수는 2002 한·일 월드컵 주장 홍명보 이후 보이지 않았는데, 성장한 김민재가 그 후계자임을 알렸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우리에겐 큰 수확이다. 이란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우리와 경기를 할 때 카운터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데 김민재라는 대형 수비수의 등장으로 이런 상황에서 실점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민재는 공격에도 가담해서 가상의 공격수 숫자를 늘리는 역할도 잘했다”고 호평했다.
김민재는 지난여름 이적시장에서 베이징 궈안(중국)을 떠나 페네르바체(터키)로 이적해 꿈에 그리던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곧바로 주전으로 올라서며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김민재는 벌써 유럽 빅리그 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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