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승객 골라 태우기' 첫 실태조사
[경향신문]
서울시, 장거리 승객만 선택·자사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점검
연말까지 강남·이태원 등 8곳서 단속…제도 개선 TF 구성도
“금요일 오후 4~5시쯤에는 카카오택시도 잘 안 잡히더라고요.”
직장인 이모씨(42)는 최근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만 믿고 택시를 기다리다가 약속시간에 늦을 뻔했다. 앱으로 택시를 호출했지만, 배차는 좀체 이뤄지지 않았다. 앱은 택시 호출 반경을 넓혀 10분 거리에 있는 기사에게도 호출신호를 보냈지만 택시는 잡히지 않았다. 그는 10분여를 기다리다 일반호출이 아닌 스마트호출(택시비 외에 이용료 추가)로 바꾼 뒤에야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플랫폼택시가 많아지면서 이용 불편 및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도착지 등에 따른 승차거부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승객 골라 태우기’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플랫폼택시로 인한 시민 이용 불편을 파악하기 위해 운영 실태조사 등에 나서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카카오택시가 손님을 어떻게 골라 태우는지 알아보기 위한 첫 현장 실태조사다. 현재 카카오택시는 택시 플랫폼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카카오택시 등 대부분 플랫폼사가 승객 목적지를 기사에게 제공하고, 유료서비스 가입 기사에게 선호지역 우선배차 혜택을 부여하는 등 사실상 승객 골라 태우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서울연구원이 택시앱을 이용한 8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불만사항(복수응답)을 보면, 응답자 중 58.1%가 ‘특정 시간대 차량 수배 어려움’을 꼽았다. ‘단거리 수배 어려움’도 55%나 됐으며 ‘배차까지의 대기시간’과 ‘기사의 빈번한 호출 수락 취소’는 각각 32.7%, 15.2%였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목적지 표시에 따른 택시기사의 장·단거리 선택 여부, 기사의 선호지역 우선배차 서비스 가입 여부에 따른 배차 성공률 및 소요시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호출에 성공한 배정 차량번호를 확인해 카카오가 자사 가맹택시에 ‘콜 몰아주기’를 한다는 의혹도 조사할 계획이다.
시는 15일부터 연말까지 장거리 승객 등만 골라 태우는 불법행위도 집중단속한다. 허위로 예약표시등을 켜놓거나 빈차표시등을 꺼놓고 쉬고 있는 택시로 가장한 채 카카오앱 등을 통해 장거리 승객만 골라 태우는 택시 등이 주요 단속 대상이다. 단속은 매주 금요일 밤 승차거부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강남, 홍대 인근, 이태원 등 8곳에서 실시한다. 서울시는 택시기사들이 시외할증과 심야할증 등으로 최고 40%까지 추가요금을 받을 수 있어 장거리 승객 골라 태우기가 끊이질 않는다고 보고 있다. 특히 카카오택시 등 택시앱에 승객의 목적지가 표시되기 때문에 승객 골라 태우기가 오히려 ‘양성화’되는 실정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달 중 택시업계, 플랫폼 전문가가 힘을 합친 민·관·학 태스크포스(TF)도 가동한다. TF에서는 플랫폼택시 관련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며 택시업계가 스스로 플랫폼택시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또 실태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가 11월 말까지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조사·분석 결과는 카카오 측에 전달해 개선을 촉구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기관과도 공유할 방침이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플랫폼사의 독점구조가 계속되면서 불공정 문제를 야기하고 장거리 손님만 골라 태우는 등 시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며 “합리적인 상생 방안을 마련하고 시민 불편을 해소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흥일 기자 hi-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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