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백신 접종에..외국인 노동자가 몰려왔다

글·사진 이삭 기자 2021. 10. 1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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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흥덕 접종센터 가보니

[경향신문]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흥덕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지난 12일 오후 6시쯤 외국인 노동자들이 백신접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3개 외국어 통역자도 배치
대기번호 100번까지 늘어나
불법체류자도 ‘통보’ 않기로
“낮에는 일 때문에 엄두 못 내
백신 맞고 안도, 한국에 감사”

“한국 정부 배려에 감사합니다.”

외국인 노동자 A씨(42)는 지난 12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흥덕구 예방접종센터를 나서며 환하게 웃었다. 태국 국적인 A씨는 이날 코로나19 백신 모더나 1차 접종을 마치고 나오던 길이었다. 그는 “백신을 맞고 싶었지만 일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예방접종센터가 야간운영을 한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A씨는 오는 11월9일 이곳을 다시 찾아 2차 접종도 할 계획이다.

12일 야간운영을 시작한 흥덕구 예방접종센터 입구에는 오후 5시30분부터 긴 줄이 만들어졌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백신 접종을 위해 대기하면서 생긴 줄이다. 오후 6시 입장이 시작되자 이들은 청주시 직원의 안내에 따라 체온 체크와 손소독을 마친 뒤 번호표를 받고 예방접종센터로 들어갔다.

예방접종센터 내부는 백신을 맞으려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대기실에는 번호표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리를 두고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야간운영 시작 후 20분 정도 지나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대기번호는 100번까지 늘었다.

신청을 마친 한 태국인 노동자가 모더나라고 적힌 빨간색 스티커가 붙은 서류를 받고 우왕좌왕하자 형광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가 유창한 태국어로 서류 작성을 도왔다. 이곳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는 모두 3명이다. 이들은 한국어가 유창한 외국인들로 각각 러시아어와 태국어, 중국어를 할 줄 안다.

흥덕구 예방접종센터에서는 외국인이면 거주지와 상관없이 누구나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불법체류자도 가능하다. 청주시는 이날 백신 접종을 진행하면서 여권과 외국인 등록증 등으로 신원을 확인한 뒤 임시 관리번호를 발급했다. 불법체류자로 확인되더라도 이들의 신원을 법무부에 통보하지 않기로 했다.

건축업을 하는 박모씨(53)는 외국인 노동자 3명과 부산에서 출장을 왔다가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박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는 일 특성상 직원들이 백신을 맞을 기회가 없었다”며 “청주 거래처에서 예방접종센터가 야간운영을 한다고 해, 부랴부랴 직원들을 데리고 왔다. (백신 접종한) 직원들은 내일 하루 쉬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흥덕구 예방접종센터에서는 오후 6~9시 야간운영을 통해 외국인 165명이 백신을 맞았다. 청주시는 지난 주말인 9~10일에는 서원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외국인 대상 특별예방접종을 진행해 469명에게 백신을 접종한 바 있다.

청주시가 외국인 대상 특별예방접종을 실시하는 이유는 외국인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김수미 청주시 자치행정과 외국인사회통합팀장은 “평일에는 사업주들이 백신 접종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고 예방접종센터의 주말·야간 운영을 결정했다”며 “이번에 접종받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2차 접종을 위해 오는 11월에도 추가로 야간운영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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