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투자 외친 연금공단, 'ESG 역행 기업'에 돈 썼다
[경향신문]
대량 살상·환경오염 기업에
지난 3월 기준 10조9090억
‘탈석탄’ 계획도 지지부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책임투자를 주창한 국민연금공단이 실제로는 군수기업이나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등 책임투자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보건복지위의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해외 연기금 투자 배제 관련 조항 현황과 국민연금을 비교해보면 대량살상무기, 기후변화, 건강 등 세 분야에서 해외는 배제 기업 리스트를 공개하거나 각 연기금 정책에 투자 배제 기업을 명시하는데, 우리는 (기준 마련 등 측면에서도) 뒤처져 있고 이들 분야에 대한 투자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이 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과 네덜란드 공적 연금, 스웨덴 연금 등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기업, 기후변화 관련 기업, 담배회사 등 건강 관련 기업 등의 투자 배제를 결정하고 해당 기업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와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의 경우 투자 배제 기업 명단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법률과 연기금 정책상에 석탄발전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배제 기준을 명시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지난 5월 ‘탈석탄’ 투자를 선언한 후 현재까지 관련 시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준비하는 데 그치는 수준이다. 그러는 사이 대량살상무기, 기후변화, 건강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해당 3개 분야에 대해 국내 기업에만 총 10조9090억원이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5년간 투자 금액은 대량살상무기 관련 기업 2.9배, 석탄 분야 1.1배 증가했다.
공단이 기업에 대한 평가 정보 자체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객관적인 책임투자를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공단이 투자 대상 기업의 ESG 평가에 활용하는 정보 입수율을 분석한 결과 지배구조(G) 관련 정보 입수율은 100%에 이르는 반면 사회(S) 정보는 75%, 환경(E) 정보 입수율은 44%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는 현재 기업의 ESG 정보 공개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아 국민연금이 입수하는 정보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이 적용하는 ESG 평가에 과연 객관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자료나 정보의 습득 체계 시스템이나 관련 기관의 협업 등 국민연금의 ESG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내용을 다른 (경제) 주체들과 공유하는 등 국민연금이 우리나라 ESG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탈석탄 투자와 관련해 김 이사장은 “연구를 통해 내년 상반기 중에 석탄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전략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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