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황의조, 판단 미스 김승규..아쉬웠던 옥에 티
[스포츠경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10월 월드컵 최종예선 2연전은 1승1무로 끝이 났다. 험난하기로 소문난 이란 원정이 포함됐음을 감안하면 좋은 성과를 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있다. 특히 승점 3점도 가능했던 이란 원정에서 최전방에 묶였던 황의조(보르도)와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골키퍼 김승규(가시와)의 치명적인 실수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황의조는 12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4차전 이란과 경기에 최전방 원톱으로 선발 출전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남기지 못하고 후반 36분 나상호(서울)와 교체됐다.
황의조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부동의 최전방 원톱으로 활약하고 있다. 벤투호 출범 후 A매치 최다 득점자도 바로 13골의 황의조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골 소식이 뜸해지고 있다. 황의조의 마지막 A매치 득점은 지난 6월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월드컵 2차예선에서 2골을 넣은 것으로, 벌써 5경기째 골이 없다. 황의조가 5경기 연속으로 침묵을 지킨 것도 벤투호 출범 후 처음이다.
황의조의 침묵은 벤투호의 득점력이 저조한 큰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벤투 감독도 이번 10월 최종예썬 3·4차전에서는 그 동안 무조건 풀타임을 뛰게 했던 황의조를 후반에 교체하고 손흥민을 원톱으로 올리는 전술을 구사하기도 했다.
황의조가 소속팀에서 경기력이 나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결국 이동으로 인한 시차와 체력의 문제가 가장 큰 부진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황의조의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때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자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3월 한·일전 이후 주전 골키퍼로 올라선 김승규의 판단 미스도 아쉬웠다. 벤투 감독이 조현우(울산)보다 김승규를 선호하는 이유는 발기술이 뛰어나 빌드업 축구에 한층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선방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당장 조현우와 경쟁에서 이겼다고 평가받는 지난 한일전에서 김승규는 전반에 2골을 내준 조현우를 대신해 후반에 투입됐고 무수한 선방쇼를 펼치며 팀이 더 큰 참패를 당할 위기를 막아냈다.
이번 이란전에서도 김승규는 수차례 선방으로 이란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후반 31분 페널티지역 안쪽으로 들어온 이란의 침투 패스가 길어 골라인 밖으로 나갈 것으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차단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사르다르 아즈문이 달려가 잡은 뒤 크로스를 올렸고, 이게 알리레자 자한바흐시의 동점 헤딩골로 이어졌다.
골키퍼 주전 경쟁에서 크게 앞서나가고 있지만, 아직 월드컵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 굳게 쌓은 둑도 바늘구멍 하나로 무너질 수 있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김승규가 잘 해주고 있는데 이제부터는 골키퍼도 과거 거스 히딩크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경쟁 구도를 좀 더 강하게 가져갔으면 한다. 골키퍼는 안정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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