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미국에 종전선언 구상 설명..당국자 "미 이해 깊어져"
[경향신문]
서훈 “미, 대북 적대 정책 없다 재확인…조건없는 대화 공감”
백악관 발표엔 ‘종전선언’ 없이 “양측 북에 비핵화 외교 촉구”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 사진)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만나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 실장은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재차 제안한 한국전쟁 종전선언 구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설리번 보좌관은 남북 대화와 협력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청와대 안보실은 이날 한·미 안보실장 협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없다는 미국 측의 진정성을 재확인했으며,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서 협상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보도자료에서 양측이 역내 안보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면서 “양측은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한·미 안보실장 협의는 북한이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재가동하고, 남한과 미국을 향해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열렸다. 설리번 보좌관이 밝힌 대북 적대시 정책이 없고,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입장은 조 바이든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내용이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일 연설에서 미국의 태도가 여전히 적대적이라고 불신을 드러낸 직후 미국의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이 발신한 메시지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서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구상을 미국 측에 설명하고 지지를 당부하는 데 주력했다. 서 실장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은 남북 대화 관여 협력 (지지) 기조를 재확인했고 한반도 안보 위협 감소 및 경제적 안정, 비핵화를 위한 북한과의 외교와 대화 중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미는 북한이 남북, 북·미 대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국면 돌파에 실질적 진전이 있으리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특히 서 실장은 “종전선언에 관한 우리 측 구상을 설명했고 양측은 긴밀히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위 당국자는 “우리 측 입장에 대한 미국 측의 이해가 깊어졌다 생각한다”며 “종전선언은 비핵화 과정과 함께 논의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다만, NSC 보도자료에는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번 협의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에 접어든 시점에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 방안 등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 당국자는 “문 대통령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남북정상회담을 결코 이벤트성으로 할 생각은 없다”면서 “정상회담을 한다면 회담 결과로서 실효성 있는 내용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고, 그럴 때 정상회담이 논의될 수 있고 성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 정부 입장에선 남은 임기 동안 어떻게 남북관계나 한반도 비핵화 상황을 안정화시켜 다음 정부에 넘겨주느냐가 가장 큰 하나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4일 러시아에서 한·러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하기 위해 13일 출국했다. 노 본부장은 “빠르게 대화 프로세스가 재개되는 것이 필요하고 러시아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주변국 외교에 집중하고 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김유진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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