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곳 없어 계단·창고에서.."제대로 쉴 권리를"

김혜린 2021. 10. 1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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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년 8월부터 모든 사업장에 휴게실을 설치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노동자들이 직접 열악한 휴게 공간 실태를 증언하고 나섰습니다.

곰팡이 핀 창고나 계단을 이용하는가 하면, 좁은 공간에 많은 직원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김혜린 기자입니다.

[기자]

누런 벽지에 곰팡이가 가득 피어있습니다.

습기에 벽지가 이곳저곳 들뜨기도 하는 6.6 제곱미터 남짓한 좁은 방.

코레일 자회사 직원들의 휴식 공간입니다.

[정명재 /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지부장 : 임금을 못 받는 지금도 서러운데, 휴게실이나 이런 복지 부분에서도 차별받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하청 (업체)에서도 공간 똑같이 차별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좁아 발 디딜 틈이 없는 휴게실부터, 비가 오면 물이 들이치는 휴게실까지.

이런 공간조차 없는 노동자들은 쉴 공간을 찾아 떠도는 게 또 다른 일입니다.

한숨 돌릴 계단을, 창고를, 화장실을 찾느라 휴식 시간에도 쉴 수가 없는 겁니다.

[A 씨 / 보건의료노조 B 병원 미화 노동자 : 저희는 계단 밑에서, 직원용 엘리베이터 앞에서, 창고 구석에서 임시로 머무르거나, 사람들이 다니는 엘리베이터 옆에서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 쉬고 있습니다.]

휴게실을 쓸 수 없도록 꼼수를 부리는 업장도 있습니다.

주로 출장을 다니는 가전 설치·점검 노동자들이 지역별 거점 창고에서 휴식 시간을 보내자 업무 효율을 이유로 아예 거점 창고를 없애버린 겁니다.

[박상웅 / 전국가전통신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국장 : 대형 마트 주차장을 임대해서 (거점) 창고로 오지 말고 거기로 바로 가라. 고객 집에 빨리 갈 수 있으니까. 그러면 휴게실이 아무것도 없고 그냥 노상에 있는 주차장에서 (업무 보고 쉬는 겁니다.)]

내년 8월 휴게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휴게실 면적이나 환기·냉난방 시설 설치 등 세부 규정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상황.

노동자들은 지금의 열악한 현실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 노력이 법안 시행령에 담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YTN 김혜린입니다.

YTN 김혜린 (khr08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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