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승리 - 에드워드 글레이저 [임혜자의 내 인생의 책 ④]
[경향신문]
도시가 승리했다. 이탈리아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발상지가 되었고, 영국 버밍엄은 산업혁명의 선물을 안겨주었다. 아테네는 지식의 항구였고, 바그다드는 지혜의 집이었고, 실리콘밸리는 기술·아이디어의 허브가 되었다. 도시경제학 권위자인 저자는 딱 잘라 말한다.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라고.
그러나 도시는 승리해도, 도시민은 실패를 맛볼 수도 있다고 짚어준다. 20세기 후반은 도시의 누추함을 배운 시기였다면서 미국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에 폭동이 일어난 이유를 설명했다. 혁신을 버리고 대량생산에 몰두하면서 몰락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아프고 혼잡한 도시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에 대한 처방전도 눈에 확 들어온다.
나는 대학원에서 도시행정을 공부했다. 사람이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문명을 만들고, 문명은 역사를 만들고, 역사는 미래를 만든다는 거창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도시는 단순한 건축과 공간의 집합체가 아닌 인간의 삶을 담는 무한한 욕망의 터전이라고 생각했다. “콘크리트가 아닌 인간의 살로 도시가 이루어진다”면서 “도시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한 저자의 도시철학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계 도시들의 흥망성쇠를 분석한 방대한 연구에 걸맞게 5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기름기 없는 고기처럼 질리지도 물리지도 않는다. 도시에 대한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영양소가 그득하다. 심지어 부동산과 재테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강추’한다.
절대 부동산 관련 책은 아니다. 아마도 도시의 성공 방정식을 경제와 사회, 역사와 문화, 교육과 정책 이슈들을 씨줄과 날줄로 정교하게 엮어서 풀어준 친절함 때문인 듯하다. 가난한 도시에도 희망은 있고, 즐거운 도시가 성공한다는 확신을 갖게 해주는 화제작이다. 도시민들에게 권익적이어서 나도 강추한다.
임혜자 국민권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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