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봉주 페이스메이커다" 난치병 투병 오영복씨, 이봉주 응원하는 이유
[스포츠경향]
자신도 몹쓸 병과 싸우고 있는데 원인 모를 병으로 허리가 굽은 ‘국민마라토너’ 이봉주를 위해 달린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헬스 트레이너 출신으로 지금은 전남 무안군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오영복씨(40)다.
오씨는 최근 이봉주 쾌유 기원 전국민 랜선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가슴에 이봉주 쾌유를 기원하는 문구를 직접 적은 배번을 달고 아내 등 지인들과 함께 10㎞를 달렸다. 오씨는 최근 KBS <인간극장>을 통해 소개됐다.
오씨는 지난 6년 동안 척수소뇌변성증(소뇌위축증)과 투병하고 있다. 소뇌가 쪼그라들면서 운동능력, 균형능력, 시력 등이 떨어지는 희소 난치병이다. 지금은 특별한 치료법도 없다. 오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이봉주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며 “나도 아프지만 아픈 이봉주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 출전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액션 배우, 트레이너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런데 결혼 후 4년 후 걷다가 넘어지고 물컵을 쏟는 일이 잦아지면서 삶이 바뀌었다. 오씨는 부모가 사는 무안으로 내려가 아내와 함께 카페를 운영하는 동시에, 부모가 하는 축산 농장일을 돕고 있다. 오씨 어머니도 같은 병으로 8년간 고생하고 있다.
10㎞ 완주는 아내 장미씨(41)와 약속한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오씨는 10㎞ 완주를 목표로 1㎞부터 조금씩 거리를 늘렸다. 동체시력이 떨어지고 균형도 잡기도 쉽지 않아 혼자 뛰는 게 만만치 않아 아내, 지인들과 함께 달렸다. 오씨는 “바로 앞에 달리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보면서 균형을 잡고 달릴 수 있다”며 “아내와 지인이 내 페이스메이커”라고 말했다. 오씨는 “나 혼자라면 하기 힘든 일이지만 함께 뛰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백혈병 치료제를 하루 두알씩 먹는다. 오씨는 “척수소뇌변성증 치료약이 없어 다른 약을 먹는다”며 “의료보험 대상 약품이 아니라 한알당 2만원을 주고 사야한다”고 말했다. 오씨는 지난 9월27일부터 ‘척수소뇌변성증 환우에게 치료효과가 있는 백혈병치료제 ‘타시그나’를 대체의약으로 보험적용을 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오씨는 “어머니와 함께 약을 먹는데 한달에 240만원이 들어간다”며 “이 약이 보험적용을 받으면 같은 병을 앓는 5000명 환우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아내, 지인이 내 페이스메이커, 나는 이봉주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라며 “이봉주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노력해 건강해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어 “비록 병이 진행된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면 몸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봉주도 빨리 건강해져서 맘껏 뛸 수 있는 날이 속히 오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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