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8.5兆 잃을 때, 정부는 거래세로 8.5兆 챙겼다
주식 팔 때 증권거래세 0.23%.. 올 투자열풍에 정부 稅收 급증
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대한 투자에서 8조5000억원의 평가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올 초 급등했던 증시가 하락장으로 돌아서면서 개미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공교롭게도 상반기(1~6월) 증권거래세 증가로 늘어난 정부 수입이 8조5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개미들은 손해를 보고, 정부는 세수 늘렸다”는 말이 돈다. 평가 손실은 주식을 산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 확정된 손실이 아니라, 주식 매수가와 현재 주가의 차이를 뜻하는 손실이라 주가가 상승하면서 줄어들 수 있다.
◇개미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 8종목 손실
13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가장 많이 순매수한 10종목 가운데 네이버와 기아를 제외한 8종목에서 손실을 입고 있다. 전체 개인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을 순매수한 금액을 순매수한 주식 수량으로 나눠 구한 ‘평균 순매수 가격’을 12일 종가와 비교해 수익률을 추정한 것이다. 종목별 순매수 금액과 추정 수익률을 통해 살펴보면 개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주식을 샀다가 8조5200억원의 손실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코스피가 3300선을 돌파하면서 큰 수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에 대한 투자에서 오히려 큰 손실을 입고 있는 것이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 열풍은 정부의 세수 증대에는 도움이 됐다. 투자자들은 주식 매도 대금의 0.23%를 증권거래세로 낸다. 국세청이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8조4979억원의 증권거래세가 걷혔는데, 이는 2018년(8조4584억원)과 2019년(6조1082억원)의 한 해 전체 세수보다 많다.
◇믿었던 대형주 투자에서 큰 손실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 위주 투자에서 큰 손실을 봤다. 국내 증시 시총 1위이자 올해 개인 투자자 순매수 1위인 삼성전자에 투자했다가 4조9900억원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 8만100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 11일에는 9만100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13일 주가는 6만8800원까지 하락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국내 증시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에서도 1조1700억원의 투자 손실을 봤다. 순매수 3위는 삼성전자 우선주로 투자 손실이 67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순매수 1~3위인 반도체 업종에서만 6조8300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올 들어 주가가 떨어진 종목에서만 손실이 발생한 것이 아니다. 개인 투자자 순매수 4위인 카카오는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주가가 45.2% 올랐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의 추정 수익률은 -10.8%로 38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주가가 뛴 뒤 카카오 주식에 투자한 개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속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순매도하면서 ‘대형주’ 주가가 큰 타격을 입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 코스피에서 2조100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 중 대형주가 1조6000억원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2023년부터 양도세 과세하니 거래세 폐지해야”
증권거래세는 매매 차익에 대한 과세가 아니라 매도 대금에 일괄적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더라도 세수는 늘어난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 걷힌 증권거래세 8조4979원은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12조3743억원)의 약 69% 수준이다.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양도세)를 걷을 예정이니 증권거래세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금은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만 국내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만, 2023년부터는 5000만원이 넘는 주식 투자 수익은 과세 대상이 된다. 과세표준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25%의 금융투자소득세를 낸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이후엔 증권거래세를 현재 0.23%에서 0.15%로 낮출 계획이지만,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선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만큼 증권거래세는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유경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일본·독일 등에서는 증권거래세가 없고 양도세만 과세한다. 벨기에는 증권거래세만 있다. 유경준 의원은 “선진 증시는 증권거래세와 양도세 중 하나만 과세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terview] “S. Korea’s leap to middle power hinges on fair distribution and growth” says the former PM
- [에스프레소] 그때 제대로 사과했다면
- [특파원 리포트] 디샌티스가 내친 功臣 품은 트럼프
- [백영옥의 말과 글] [380] ‘비교지옥’을 끝내는 적당한 삶
-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62] 스위스 아미 나이프
- A new dawn for Yeoseong Gukgeuk and its unwavering devotees
- “인간은 사회의 짐, 사라져”... ‘고령화’ 질문에 폭언 쏟아낸 AI챗봇
- 트럼프 2기 앞두고…美, TSMC에 9조2000억원 보조금 확정
- 러 반정부 세력 견제하려...강제수용소 박물관 폐쇄
- 한국야구, 일본에 3대6 역전패… 프리미어12 예선 탈락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