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업처럼 '김미영' 키웠다..경찰 출신 '청도 박 회장'

이상엽 기자 2021. 10. 13. 20: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추적보도 훅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 '김미영 팀장'의 총책은 한때는 시민을 지키는 경찰 간부였죠. 제복을 벗고는 중국으로 건너가서 '청도 박 회장'으로 불리며 조직을 키웠는데, 경찰 경험을 범죄에 악용했습니다.

이상엽 기자가 그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기자]

순경에서 시작해 경위까지 오른 박모 씨는 경찰 생활 13년 만인 2008년 제복을 벗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성매매 업자의 증거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새로 찾은 일자리는 서민들이 돈을 빌리는 대부업체였습니다.

그리고 1년 만에 대출이 급한 서민들의 돈을 노리기로 마음먹습니다.

과거 자신이 조사했던 피의자들까지 끌어모아 2010년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안정엽/당시 수사팀 경위 : 예전에 자기가 조사했던 피의자. 갑을 관계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다루기 쉬우니까… 쉬운 방법이었겠죠, 박OO한테는.]

그 당시 중국에 있는 대부분의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렇게 아파트에 콜센터를 차렸습니다.

하지만 수사 경험이 있는 터라 장소부터 달리했습니다.

[안정엽/당시 수사팀 경위 : 전력 사용량 때문에 공안들이 콜센터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단속을 많이 했어요. 노출이 되지 않을 만한 곳이 어디일까…]

겉은 가구공장이지만 들어가면 조직원들이 모인 콜센터입니다.

컴퓨터에 띄워진 대본입니다.

김미영 팀장이라며 대출을 안내하는 문자를 보낸 뒤 전화가 오면 수수료를 챙기는 수법이 담겨 있습니다.

[안정엽/당시 수사팀 경위 : 박OO이 시나리오의 큰 틀을 만들었다고. 전직 은행원이었던 천OO한테 시나리오를 다듬으라고 했고.]

중국 동포의 말투를 쓰면 의심 받는다는 걸 알고 상담원은 꼭 한국인을 고용했습니다.

[김모 씨/전 '김미영 팀장' 조직원 : 휴대폰 배터리가 70% 이하로 있으면 충전 케이블을 연결해 주시고요.]

총책 밑에 사장단, 아래 팀장들과 팀원을 뒀습니다.

워크숍을 다니며 단합을 강조하고 실적에 따라 돈을 줘 경쟁도 붙였습니다.

돈이 쌓이고 조직이 크면서 박씨는 '청도 박 회장'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안정엽/당시 수사팀 경위 : 중국 청도에 있는 완커광장이라는…박OO이 항상 앉아있대요. '이번에 새로 들어온 동생입니다' 90도로 인사하고…]

서민들로부터 가로챈 돈은 유흥을 즐기거나 리무진을 타는 등의 호화 생활에 쓰였습니다.

그러다 2013년 9월 '김미영 팀장' 조직에 결정타가 날아옵니다.

당시 주요 간부와 조직원들이 추석 명절을 보내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가 덜미를 잡힌 겁니다.

경찰은 이때를 노려 조직 2인자를 비롯해 주요 간부 28명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박씨는 필리핀으로 넘어가 보이스피싱을 이어갔습니다.

대놓고 청탁도 했습니다.

[안정엽/당시 수사팀 경위 : 박OO씨는 자기가 전직인 걸 얘기했었어요. 경찰 생활했었다면서 '후배님'이라고 하면서…필리핀에서 여행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계좌가 묶여서 굉장히 손해가 크다고.]

하지만 필리핀에서 최측근이 붙잡힌데 이어 결국 지난 4일 박씨도 현지에서 체포됐습니다.

[장성수/코리안데스크 경감 : 특별한 저항 없이 검거했고 자기도 언젠가는 잡힐 수 있을 것 같아서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있었다고.]

2013년 경찰이 압수한 물건들입니다.

명품 가방과 신발, 갓난아이의 이불 속에 숨겨뒀던 현금까지 압수했습니다.

하지만 전체 피해에 비하면 일부입니다.

확인된 피해만 80억 원, 전체 4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경찰은 박씨가 국내로 송환되는 대로 범죄 수익을 어디에 감춰뒀는지 수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