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2차 토론회, 다시 나온 '천공스승'..윤석열·원희룡 '깐부' 현실화?
[경향신문]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 두번째 토론회에서 후보 4명 간 전략적 연대의 구도가 구체화됐다. 13일 제주 KBS에서 열린 합동토론회에서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천공스승’, 도덕성, 대장동 의혹 수사를 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몰아부쳤다. 윤 전 총장은 ‘대장동 게이트 1타 강사’라고 치켜세웠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향해 칭찬 세례를 이어갔다. 원 전 지사는 홍 의원의 경제성장 공약을 집중 비판했다.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제주2공항 지지의사를 밝히고, 제주 4·3사건 관련 공약을 강조하며 제주 유권자들을 향한 구애에 나섰다.
■“천공스승은 확장안이 좋다던데”
지난 11일 첫 토론회에서 논란이 됐던 ‘천공스승’과 윤 전 총장과의 관계가 이날도 거론됐다. 이번에는 유 전 의원이 아니라 홍 의원이 꺼냈다. 홍 의원은 제2제주공항 건설안과 현 제주공항 확장안을 두고 윤 전 총장과 문답중 기습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천공스승은 (제주공항) 확장안이 좋다고 했는데. (윤 전 총장이 천공스승) 유튜브를 보라고 해서 봤더니 그분은 제주공항 확장안이 좋다고 하더라”고 한 것이다. 예상못한 공격에 윤 전 총장은 당황한 듯 웃으며 “모르겠다”고 답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요즘 발표된 도덕성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지사의 도덕성 떨어진다는 응답이 49.1%, 그 다음에 윤 전 총장이 31.6%”라며 “본선에 나가면 극복해야 할 문제다.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지금까지 탈탈 털려왔기 때문에 더 털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식으로 제주를 개발하겠다는 홍 의원의 주장을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라스베이거스는 사막이고 개발 자체의 사이즈가 크다.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환경 보존 지역이다”라며 “안 그래도 난개발 때문에 제주 환경이 죽을 판이고 오염 때문에 도민 식수도 문제가 심각한데 복안을 가지고 계신가”라고 물었다다. 홍 의원은 “그렇게 생각하면 도로도 만들지 말아야 한다”면서 “저의 취지는 어떤 식으로든 제주의 관광 산업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유 전 의원도 윤 전 총장 공세를 이어갔다. 유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장동 철저 수사를 지시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 때 검찰총장을 한 분으로 대장동 수사하라는 말이 무슨 뜻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박영수(전 특검)나 권순일(전 대법관)까지 철저 수사해야 되지 않느냐”고 했다.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으로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박영수 전 특검과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함께 활동한 것을 상기시키려는 의도로 보였다. 윤 전 총장은 “(대통령 뜻을) 해석 잘했으면 제가 쫓겨났겠느냐”고 맞받았다.
유 전 의원과 윤 전 총장은 복지와 증세 관련해서도 논쟁했다. 윤 전 총장이 “복지를 위해서는 증세도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유 전 의원은 “부가세 인상에 반대했는데, 그럼 뭘 해야 하느냐”라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소득세나 법인세나 다른 여러가지 간접세가 있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윤석열·원희룡 ‘깐부’ 현실화?
윤 전 총장은 원 전 지사를 향해 “대장동 1타 강사 유튜브를 봤다. 법조인을 넘어 설명을 아주 잘 하신 것 같다”고 칭찬하며 제주지사 시절 부패척결과 채용비리 근절, 부동산 투기 억제 과정에서 저항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물었다. 대선 경쟁 후보간 토론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일 만큼 우호적인 질문이었다. 원 전 지사는 “제주에서 농지 투기, 택지에 대한 쪼개기, 기획부동산 투기 같은 것에 대해 7년 내내 싸웠다”며 “대장동을 보고 몇가지 이야기를 들으니 훤히 보인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부동산 투기는) 워낙 어려워서 법조인들도 알기 쉽지 않은데, 지사로서 공부해서 그렇게 대처하신 것에 대해 참 높이 평가한다”고 재차 원 전 지사를 치켜세웠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원 전 지사가 출연한 대장동 의혹개발 관련 유튜브 영상을 소개하며 원 전 지사를 칭찬했다. 같은날 오전 원 전 지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토론이 말꼬리 잡는 거 하다가 점점 밑으로 내려가더니 이제 손바닥에 뭘 썼니, 끝에는 항문에 침을 맞았느니 하며 계속 배꼽 아래로 내려간다”고 말했다. 무속 논란에서 윤 전 총장을 두둔하는 발언이었다. 이날 토론회까지 두 사람 사이 화기애애한 모습이 계속되면서 연대설은 더 커지고 있다.
원 전 지사는 윤 전 총장과 선두다툼 중인 홍 의원과는 거세게 충돌했다. 원 전 지사는 잠재성장률 3%로 국민소득 5만달러를 이루겠다고 한 홍 의원의 경제성장 공약을 문제삼으며 “매년 3% 성장하면 (국민소득 5만달러까지) 15년이 걸린다. 대통령 15년 하실 건가”라고 몰아세웠다. 홍 의원이 “대통령 5년 재임 중에 다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목표치를 정한 것”이라고 하자 “그러면 왜 10만불을 제시하지 않았느냐. 3%씩 20년 성장하면 10만불이다”라고 재차 따졌다.
윤 전 총장을 추격 중인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별다른 충돌이 없었다. 홍 의원의 노인복지청 신설 주장에 유 전 의원이 “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화답하는 등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유 전 의원이 홍 의원의 공매도 전면 폐지 공약과 관련해 “괜찮겠느냐”고 묻자, 홍 의원이 “유 후보 말씀을 자세히 보니 상당히 설득력이 있더라”고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앞서 유 전 의원은 홍 의원의 공매도 폐지 주장에 “실현가능한 정책공약으로 경쟁하자”고 비판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에 대항해 홍 의원과 유 전 의원 사이 연대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 대 2로 뭔가 후보들 사이에 그런 정서는 최소한 저는 그런 건 없다”며 연대설에 선을 그었다.
원 전 지사도 이날 토론회 직후 윤 전 총장의 ‘러브콜’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그는 토론회가 끝나고 유튜브 방송 ‘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에 참여해 “요새 등 뒤에 묘한 시선이 꽂히는 것 같아서 목이 간지럽고 닭살이 돋는다. 그 눈길이 어디서 오나 했더니 모 캠프(윤석열 캠프)에서 오는 것 같다”며 “세 번이면 스토커에 해당한다. 스토커 방지법으로 한번 신고할까 한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모두 제주2공항 건설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제주 4·3 사건 관련 공약도 내놨다. 윤 전 총장은 “어떤 이유든 양민 학살이라는 반인권적 행위를 정부가 저질렀다면 명확하게 진상을 밝히고, 보상하지 않고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4·3의 본질은 제주 양민 학살”이라며 “7월쯤 양민학살 시점을 기해 기념일을 정해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유 전 의원은 “4·3에도 정명이 필요하다”면서 “도민 여러분의 뜻을 물어 4·3의 이름을 찾아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원 전 지사는 다른 후보들에게 4·3 관련 입장을 물으며 “국민의힘이 앞으로는 이념적 공세를 단절할 것을 약속해야한다”고 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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