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갤럭시북만 쓰는 삼성화재 설계사들.."성과급 대신 재고 떨이"
[뉴스데스크] ◀ 앵커 ▶
삼성화재 보험설계사 2만 명이 모두 똑같은 종류의 삼성전자의 태블릿PC를 쓰고 있습니다.
2017년에 출시된 갤럭시 북인데요. 그런데 이 갤럭시 북이 성과급 대신 떠넘긴, 일종의 재고 떨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저희가 더 자세히 취재를 해봤더니, 삼성 계열사들 사이에서 의심스러운 내부 거래가 있었습니다.
차주혁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손해보험 업계 부동의 1위 삼성화재.
삼성화재 보험설계사들은 요즘 고객들을 만날 때 서류 대신 태블릿 PC를 갖고 다닙니다.
보험 설계부터 계약까지, 삼성화재 보험설계사 2만 명이 모두 똑같은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
2017년 5월에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북 12입니다.
2019년 삼성화재는 보험설계사들이 쓰는 전용 영업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다른 태블릿에서는 작동이 불가능했습니다.
딱 한 모델, 바로 삼성전자 갤럭시 북 12에서만 작동했습니다.
[류창석/삼성화재 보험설계사] "이걸로 모든 시스템이 바뀌었으니까, 이 좋은 시스템으로 운영을 해야 되니까 이거를 구매해야 된다…"
그리고 보험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도 열었습니다.
한 달 동안 목표 실적을 달성한 사람에게 시상품으로 갤럭시 북을 줬습니다.
그런데 말이 좋아 시상품이지,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보험설계사의 수입은 기본 수수료와, 실적에 따라 더 주는 성과 수수료로 구성됩니다.
갤럭시 북을 받은 보험설계사는, 이 성과 수수료에서 95만 5천 원을 공제했습니다.
정확히 갤럭시북 12 납품가만큼 빼고 준 겁니다.
[정임순/삼성화재 보험설계사] "보험회사 용어로 '시책'이라 그러는데 시책 금액이 현금도 있고 물품도 있는데, 그거를 대체하니까 결과적으로는 내가 산 거죠."
이벤트가 끝나고 새로 입사한 8천 명은 자기 돈으로 태블릿을 사야 했지만, 이미 단종돼 구할 수 없는 모델이었습니다.
[삼성디지털프라자 판매원] "<이 기종은 없나요?> 이 기종? 당연하죠. 단종됐죠. 1년에 한 번씩 단종돼요. 새 제품 나오니까."
[문현호/삼성화재 보험설계사] "시장에서 한물가서 다른 제품으로 대체되고 난 뒤에 우리한테 넘긴 거죠."
삼성화재가 사들여 보험설계사들에게 떠넘긴 갤럭시북은 모두 2만 8천 대. 납품가 기준 267억 원어치입니다.
영업 프로그램은 삼성SDS가 20억 원을 받고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특정한 태블릿 모델 하나에서만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걸까?
보험설계사들은 출시된 지 1년 반이 지난 삼성전자의 재고 모델을 떨어내는데, 자기들이 이용당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류창석/삼성화재 보험설계사] "저희는 삼성전자 제품만 써야 돼요. 핸드폰도 뭐든지. 근데 그 기종들이 너무 빨리 바뀌는 거죠. 그러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것 또 상품이 바뀔 때가 됐구나. 이거 재고 떨이할 때가 된 건가."
삼성전자의 재고 모델을, 같은 계열사인 삼성화재가 보험설계사들에게 떠넘긴 건 아닐까?
삼성화재는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자기들은 이동통신사들을 상대로 공개 입찰에 부쳤고, 태블릿 기종도 통신사가 고른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통신업체들 말은 다릅니다.
[A 통신업체 관계자] "삼성화재도 바보가 아닌 이상 문제가 될 수 있잖아요. 당시 그 스펙으로 살 수 있는 태블릿은 갤럭시 북밖에 없었대요."
[B 통신업체 관계자] "단말기는 지정이 돼서 나왔다고 하네요. 이거 가지고 이제 입찰을 들어와라…"
삼성화재는 "성과수수료는 현금이든 물품이든 회사가 알아서 결정한다"며, 원래 줘야 되는 돈을 안 주고 대신 태블릿을 떠넘긴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삼성화재 노조는 태블릿 떠넘기기와 삼성 계열사들 사이의 부당 거래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편집: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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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편집: 신재란
차주혁 기자 (ch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307041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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