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이낙연의 "사랑하는 민주당에.." 전날까지도 지지자 위로 방안 고심

정연주 기자 2021. 10. 1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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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 사퇴 등 전력 투구한 李..측근 "본인, 캠프, 지지자 위한 시간 필요"
14일 캠프 해단식 후 지역 지지자 만나 감사 인사로 '잠행' 이어갈 듯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한수의사회를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0.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예상치 못한 '3차 선거인단 대승'과 결선 투표를 가로막은 '무효표 처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여러 혼란 속에 지난 10일 경선 마무리 후 '칩거'에 들어갔다. 혼자 무엇을 결단하기에는 그를 따랐던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사흘 뒤인 13일 이 전 대표는 결국 의원들이 띄운 당무위원회 결론이 난 직후 '경선 수용' 입장을 냈다.

이 전 대표는 '사랑하는 민주당에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입장문에서 "대통령 후보 사퇴자 득표의 처리 문제는 과제를 남겼지만, 그에 대한 당무위원회 결정은 존중한다"며 "경선 결과를 수용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를 축하는 한편, 다른 후보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히 그는 "동지 그 누구에 대해서도 모멸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며 "그 점을 저는 몹시 걱정한다. 우리가 단합할 때, 국민은 우리를 더 안아 주신다"고 당심을 다독였다.

이 전 대표는 "지금 민주당은 위기다. 위기 앞에 서로를 포용하고, 그 힘으로 승리했던 것이 민주당의 자랑스러운 역사"라며 "그것이 평생을 이름 없는 지방당원으로 사셨던 제 아버지의 가르침이었다. 부디 저의 고심 어린 결정과 호소를 받아 주시기를 간청 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낙심이 희망으로 바뀔 수 있도록 제 책임을 다하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 반드시 4기 민주정부를 이루자"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일반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62.37%로 이재명 후보(28.30%)를 크게 제쳤다. 누적 득표율은 이 후보가 50.29%, 이 전 대표가 39.14%. 만약 이 전 대표 측이 건의한 대로 사퇴자의 '무효표' 처리를 철회했을 경우 이 후보는 누적 49.3%로 이 전 대표와 결선을 치러야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경선 과정에서 거듭 지도부에 건의했으나, 지도부는 침묵했다. 이 가운데 캠프는 경선 부진과 네거티브 덫에 갇히자 무효표 처리 철회를 더 밀어붙이지 못했다. 그런데 결과는 운명의 장난처럼 무효표 처리에 갈렸고, 다시 항의하자 '끝났는데 왜 문제 삼느냐'는 핀잔이 돌아왔다.

이 전 대표 역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전날 밤까지도 무효표 처리가 투표권자의 의사를 무시하는 행위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당무위 결론을 어떤 방식으로 수용할지, 또 지지자들을 어떻게 위로할지를 두고 측근들에게 고민을 털어놨던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회를 앞둔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낙연 후보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2021.10.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결국 당무위는 무효표 처리를 결정한 지도부 의견을 수용하고, 대신 이낙연 전 대표 측이 문제를 제기한 당규를 손보기로 했다. 이 전 대표 측의 문제 제기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이미 결정된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모호한 결론이다.

이 전 대표가 입장문에서 당무위 결정을 두고 '승복' 등의 결단력 있는 표현보다 '존중한다'는 표현을 쓴 것 또한 그간 고민의 연장 선상으로 해석된다. 한 측근은 통화에서 "잘못된 것을 잘됐다고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라면서도 "대표 성정상 결론은 이미 '수용'으로 정했겠지만 그간 의원직까지 모두 던진 본인과 본인을 도운 캠프, 지지자들을 위한 시간을 가졌던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특히 지지자들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부족한 저를 도와주시고 지지해주신 모든 분께 눈물 나도록 고맙고 미안하다"며 "그 고마움과 미안함을 제가 사는 날까지 갚아야 할 텐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러분의 사랑을 제 삶이 다하도록 간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 일부 지지자들은 지도부 '무효표 처리' 결정에 항의하며 당사 앞 시위에 이어 법원에 경선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원팀을 위한 대승적 결단의 뜻을 입장문 곳곳에서 드러냈지만 지지자들의 지도부에 대한 감정의 골은 이미 깊어진 상태다.

상황이 이런데 '원팀 악재'가 당무위 직후 지도부에서 튀어나왔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YTN 인터뷰에서 항의하는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단체 행동을 두고 "거의 일베(극우성향 커뮤니티) 수준으로 공격한다"며 같은 당 당원을 일베에 비유했다.

송 대표가 이 전 대표 지지자를 일베에 비유할 당시 이 전 대표는 아쉬운 마음을 접고 경선 수용 입장문을 마지막으로 다듬어 발표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송 대표는 앞서 당무위를 앞두고도 "민주당이 분열됐을 때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다"며 이 전 대표 측을 압박했었다.

이 전 대표 측 한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긴 시간 당무위에서 토론했지만, 더 시간을 소요할 수 없었다"며 당무위 후기를 전달하던 중 송 대표의 일베 발언을 전해 듣고는 "도대체 우리한테 왜 그러시나"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이 전 대표 측 인사도 말문을 잇지 못했다. 가뜩이나 이 전 대표 측은 경선 연기론을 시작으로 이 후보와 '이심송심'으로 불린 송 대표에 대한 불만이 적잖았다.

이낙연 캠프는 14일 해단식을 예정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당분간 지역의 지지자들을 만나 감사 인사를 전하는 등 잠행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jy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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