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회의 중 공복 달래주는 '먹는 메모지'

2021. 10. 1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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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세계적인 '문구의 왕국' 일본도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와 오피스 환경의 디지털화로 인한 관련 산업 규모의 하락은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능성 및 편리함과 동시에 외형적인 귀여움, 패션성을 중요시하는 20~40대 여성 타깃 시장은 탄탄하게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더욱 키우기 위한 이색 상품 개발과 SNS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은 이전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문구를 좋아하는 여성을 표현한 '분구조시'(文具女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인 여성고객 중심의 일본 문구시장에 매우 특별한 메모장이 대히트를 치고있어 관심을 모은다. 완판되고 예약판매까지 하고 있어 화제다.

일본 혼슈(本州) 중서부의 시가(滋賀)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인쇄전문회사 아인즈 주식회사가 '카미히메'라는 먹는 메모장을 올해 4월에 출시했다. 생산된 제품이 불티나게 모두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예약을 하면 몇 달만에 물건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매우 높다.

감자 전분과 물, 올리브유 등 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원료로 되어 있는 이 식용 메모지의 탄생 히스토리를 들여다 보면 우리네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이색적이고 놀랍다.

이 회사 개발팀은 제품 출시 6개월전에 "조용한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꼬르륵'하는 공복의 소음을 어떻게든 처리하고 싶다!"라는 SNS에 올린 다수의 니즈를 확인했다. 한 개발팀원이 본인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던 이유로 개발이 시작됐다는 후문이다.

수업 중이나 회의실 같은 조용한 장소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작은 메모장을 활용하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가설에서 개발이 시작됐다. 초기단계에선 식용 메모장이 아니라 메모장 뚜껑을 열 때 소리를 내게 해 꼬르륵 소리를 상쇄시킨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한다. 개발팀은 처음부터 미디어와 SNS에 개발 계획 내용을 오픈하고 쌍방향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개발팀은 내외부의 여러 의견을 수렴한 결과 소리의 원천인 공복을 해결하는 쪽으로 개발방향을 바꾸고 먹을 수 있는 메모지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당연히 먹는 식품이라 제품 개발에 있어 메모지 중앙에 인쇄된 그림은 먹을 수 있는 잉크를 사용하는 등 안전성은 기본적으로 갖췄다. 여기에 고객들과 직원들의 소리를 담아 단순히 맛이 없는 무미한 식용종이에 오렌지 딸기 바닐라 카레 등 4가지 향료를 넣었다. 종이 중앙에 있는 간식과 점심식사 그림을 문지르면 각각 특유의 향기가 나면서 식감을 자극하며 식욕을 돋구는 친절한 기능도 삽입했다.

또한 메모지의 기본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식용 잉크로 만든 볼펜도 같이 개발해 패키지로 출시했다. 제품 설명에는 '개봉 후 빨리 드세요', '공복을 해결하려면 3장은 드세요', '유효기간, 메모지는 2년, 볼펜은 3년'이라고 이라고 적혀있는 등 정말 음식 같아 보이는 재미요소들이 듬뿍 들어 있다.

특히 메모지 20장과 특수 식용 펜을 합쳐 다소 비싼 가격인 2000엔(약 2만2000원)에 판매중인 이 제품의 출시 일을 제품성격과 딱 들어맞는 날인 4월1일 만우절로 잡는 기막힌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만우절에 출시되자마자 가장 많았던 당일 반응은 "어차피 거짓말일거야"이었으나 바로 다음날인 4월 2일 이후부터 "거짓말이 아니었어?" "상사 앞에서 먹어보고 싶다" "스파이 놀이하고 싶다"등 다양한 반응들이 속출하며 바로 완판까지 직행하게 된다.

전문 인쇄 회사로서 SNS상에서 고민이 되고 있는 문제를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해결해 보자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예상 밖으로 대성공의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디지털로 전환하지 않으면 앞으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를 귀가 아프게 듣고 있는 이 시점에서 1877년에 창업해 145년간 줄곧 한 우물만 파 온 인쇄회사의 이번 혁신은 주목을 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에 있어서 기존의 고유한 자산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디지털세상을 가장 잘 활용해 가장 이상적인 정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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