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7]② "폐업도 돈이 있어야"..폐업도 못하는 영세업종
[KBS 춘천] [앵커]
방금 보신 것처럼 코로나19로 영세사업자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폐업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한다는 가게도 많습니다.
맥주집이나 주점 같은 이른바 '2차 업종'의 얘깁니다.
조휴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문 닫을 시간이 다 됐는데도 손님이 반 넘게 차 있는 맥주집.
다른 집에 비하면 형편이 훨씬 나은 편입니다.
하지만, 주인은 가슴이 답답합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처음 가게를 열 때까지만 해도 1년 안에 빚을 다 갚겠다는 각오였습니다.
하지만, 개업 2년이 다 되도록 빚은 반도 못 갚았습니다.
매장 내 영업 제한 조치로 매출이 반토막 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당장은 폐업을 할 수도 없습니다.
[맥주집 사장/음성변조 : "폐업을 하고 싶어도 돈이 있어야 폐업을 한다라고 생각해요. 원상복구를 해야 되기 때문에. 철거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갑니다."]
원래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했던 막걸리집입니다.
매장 내 영업 제한이 시작되면서 역시 매출이 30% 정도 떨어졌습니다.
직원을 줄이고 배달도 시작했지만, 좀처럼 수익이 나질 않습니다.
[막걸리집 사장/음성변조 : "이 시간 끝나면 이제부터 배달을 해요. 그 전에는 배달 안 했다가 도저히 안 돼요. 안되겠더라고요. 집세 나가지 인건비 나가지 다 정해져 있는데."]
이처럼, 술과 안주를 주로 파는 이른바 '2차 업종' 가게는 대부분 비슷한 상황입니다.
술집들이 모여있는 거립니다.
지금은 영업제한시간 한 시간 정도가 지났는데, 보시는 것처럼 거리에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영업제한으로 인한 피해가 단순히 매출 감소에 그치는게 아니라 채무 증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강원도 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잔액은 15조 9,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조 원이 증가했습니다.
영세사업자들의 빚이 그만큼 더 늘었다는 얘깁니다.
KBS 뉴스 조휴연입니다.
촬영기자:홍기석
[앵커]
이번엔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취재한 담당 기자와 함께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휴연 기자, 방금 코로나 때문에 폐업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몰리는 소상공인들의 모습을 봤는데요.
이런 영업장이 얼마나 되는 건가요?
[기자]
네, 국세청 통계를 보면 강원도에 있는 자영업자 수는 대략 20만 명 정도 됩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매년 10%는 폐업을 합니다.
한해 20,000명 정도 되는데요.
폐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 부진, 말 그대로 돈이 안 벌려서 문을 닫는 겁니다.
폐업을 하는 자영업자의 약 40% 정도, 8,000명에서 9,000명 정도가 이에 해당합니다.
결국, 이를 종합해보면 자영업자 100명 가운데 4-5명은 장사가 안돼 폐업을 한다는 얘깁니다.
[앵커]
자영업도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업종이 있습니까?
[기자]
네, 이른바 '2차 업종'이라는 게 있는데요.
주로 저녁 식사 이후 시간대부터 심야나 새벽까지 영업하는 업종을 가리킵니다.
맥주집이나 막걸리집처럼 주로 술을 파는 곳들입니다.
법정 용어는 아니고, 자영업계에서 흔히 쓰는 단업니다.
사정이 일반 식당하곤 다른데요.
2차 업종의 경우, 밤 10시를 전후로 해서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데, 춘천이나 원주, 강릉처럼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된 시군에선 이때부터 문을 닫으라고 하니까 매출이 안 나온다는 겁니다.
애초에 술을 위주로 파는 곳이다보니 문을 일찍 열어봐도, 배달을 해 봐도 코로나 이전만큼 매출을 끌어올리긴 어렵다는 게 2차 업종 종사자들의 공통적인 주장이었습니다.
[앵커]
아까 보도를 보니까, 폐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던데요.
왜 그런지,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말 그대로 폐업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취재하면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돈이 많아서 자영업을 하는 게 아니다" 라고 얘기했습니다.
은행 빚을 내서 가게를 차리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건데요.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자영업자들의 창업 자본 구성 비율은 본인이 모은 목돈이 절반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많은 게 은행 대출로 30% 정도였습니다.
이렇다보니 폐업하더라도 당장 돈 갚을 방법이 없는 겁니다.
또, 가게 임대 계약은 맺었으니 중간에 장사를 접고 나가더라도 어쨌든 임대료는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평당 20만 원에서 30만 원씩 하는 철거 비용도 고스란히 업주 몫입니다.
30평 정도 되는 가게라고 가정하면, 최소 600만 원이 드는 겁니다.
재난지원금이나 세금 유예 정책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가게를 간신히 유지할 수 있는 정도라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결국,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건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는 것뿐이라는 게 자영업자들의 주장입니다.
[앵커]
네, 백신 접종률도 꾸준히 오르고 있는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하루 빨리 제대로 논의가 이뤄져야할 것 같습니다.
조휴연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영상편집:김동하
조휴연 기자 (dakgalb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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