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자랑스러워"..장항준·김성훈·한준희 감독의 'OTT 드라마썰' [BIFF](종합)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OTT가 급부상한 시대적인 배경 속에 드라마계로 진출한 영화 감독들이 '드라마 도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킹덤'으로 가장 먼저 첫번째 넷플릭스 한국 오리니절을 선보였던 김성훈 감독과 '싸인'으로 일찌감치 드라마 시장에 진출했던 장항준 감독, 최근 넷플릭스 'D.P.'로 큰 반향을 일으킨 한준희 감독은 자신만의 '드라마론'을 펼쳤다.
김성훈 감독은 13일 오후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만들기와 드라마 만들기' 오픈토크에서 '킹덤'을 만들 당시만 해도 OTT나 넷플릭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넷플릭스가 뭔지 몰랐다, '하우스 오브 카드' 정도만 알았던 상황이다"라며 "내 스스로 저항감은 없었다, 뭔지 몰라서 저항감 조차 없었고 새로 와서 해보고 싶다, 내가 글을 안 쓰고 보장된 어떤 결과가 웰메이드된, 그 당시 최고의 작가가 쓴다고 하니 거저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속셈으로 접근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수년간 묶일 줄은 몰랐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한준희 감독은 'D.P.'를 '차이나 타운'(2015) 이후 작품으로 연출해 보고 싶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하고, 많은 감독들이 OTT와 영화를 병행하게 되면서 자신 역시 넷플릭스와 손잡고 작품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 보다 조금 앞서 드라마 연출을 맡았던 장항준 감독은 2011년, 쉽지 않았던 드라마 진출기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내가 1부부터 10부까지 찍었다, 원래 16부작이었다"며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쪽 제작 환경이 좋은데 그때는 생방송 드라마라고 한다, 오전에 찍은 게 저녁에 방송되는 주2회 방송되는 시스템이다, 방송 전 2달 전에 촬영이 시작돼서 굉장히 드라마 하시는 분들이 힘든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영화처럼 찍으면 되겠지 했는데 도저히 잠을 안 자고 찍더라, 두 시간을 자는데 30분 찍고, 30분 먹고 일 끝나면 술 먹고 싶어서 먹는다, 그렇게 30분씩 자고 나흘을 하는데 못 버티겠더라, 그래서 SBS에 못 하겠다고 했다, 이유가 뭐냐고 물어서 '너무 졸리다, 못 하겠다' (방송국 측이)'지금 시청률도 잘 나오는데 왜 그만두냐?' 했고, 나는 '내가 살아야 드라마가 살고, 내가 행복해야 세상도 있는데 나는 감독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장항준 감독은 '싸인' 연출에서는 빠졌고, 김은희 작가와 함께 대본 작업에 합류하는 것으로 정리해 작품을 마칠 수 있었다.
장항준 감독은 2009년에 김은희 작가가 넷플릭스로부터 작품 제안을 받았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킹덤'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옆에서 볼 때 김은희 작가가 제안을 받은 것이 2009년부터 얘기가 나오고 이썼는데 그때만 해도 김은희 작가가 '오빠 나 다음 거는 방송국에서 안 할 것 같아' '방송국 작가가 방송국이 아닌 데서 하면 어디서 하나?' 그랬더니 '넷플릭스라고 있어'라고 했다"며 "그때는 '미국 케이블?' 다들 미국 케이블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김은희 작가와 친했던 드라마 작가들이 다 말렸다, 그 회사는 곧 없어질 수도 있다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 감독은 "왜냐하면 그때 우리의 상식으로는 넷플릭스가 와서 초반에도 그랬고 거의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게 지금은 OTT 대명사가 됐는데 그만큼 OTT는 우리한테 큰 기회이고 감독들이, 창작자들이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데 온전한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라며 "글로벌한 OTT 회사들이 창작자들에게 지대한 관심 갖고 있고 한국을 전진기지 삼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일"이라고 덧붙였다.
장항준 감독은 자신도 최근 OTT 드라마 시리즈 제안을 받고 있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이야기를 받아주느냐, 온전한 제작비로 받아주느냐, 그리고 무리한 간섭없이 이야기를 구현하는데 서포트를 해주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다"고 밝혔다.
세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성공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김성훈 감독은 "나 또한 해외 뉴스 매체에 '오징어 게임'이 회자되는 것에 같은 동료 감독으로서 자랑스럽고 행복하다"며 "그게 비단 근래의 문제가 아니라 예전부터 축적된 것들인 것 같다, 이전에는 5000만 밖에 안 쓰는 한국어라는 언어적 제약이 있었다, 그러한 영어권 문화가 OTT라는, 넷플릭스 앞으로 디즈니 등이 들어오겠지만 언어적 한계의 족쇄를 풀어주니 마음껏 날아다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생각을 알렸다.
또한 "봉준호 감독이 '1인치 장벽' 얘기를 했는데 그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이지 않나 싶다"며 "예전부터 축적된 것이 장애물이 벗어나서 각광 받는 게 아닌가 싶다, 많은 작품들이 그런 코스로 갈 수많은 작품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한준희 감독은 "한국의 어떤 창작자들, 배우, 스태프도 마찬가지고 되게 잘 만든다고 생각한다, 나도 많은 작품 좋아하고 우리 세대 연배 감독들은 영향 받은 어떤 감독님들이 거의 한국 영화일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윗세대 선배들이 많이 본 영화는 동아시아에서 일본 영화, 홍콩 영화가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한국 사회가 다이내믹 하지 않나, 영화는 동시대성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점이 'D.P.'든 '오징어 게임'이든 (담겨있다)"며 "다이내믹한 대한민국을 비틀기도 하고, 직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여러 함의를 보여줄 수 있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점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 '미드' 팬이든, 한국 팬이든, 'D.P.'도 앉아서 쭉 본다, 반면 동일한 시간만큼 명작인 영화 '대부'나 '반지의 제왕' '어벤져스' 원, 투, 쓰리를 앉아서 보실 수는 없을 것이다"라며 "시리즈물이라도 이야기가 연결돼도 드라마와 영화의 문법이 너무 다르구나 하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절대 시청자들을 지치게 하면안 된다, 영화는 정상 목적 달성하는 최소한의 도구를 들고 등반하는 모습이다, 직진해서 다른 데 가면 관객이 바로 이탈한다, 그런데 드라마는 물론 하나의 목표 향해 전진하지만 재미가 있다는 가정 하에 방향성 잃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유랑하듯이, 장항준 감독의 말처럼 여러 지향점이 있다, 이런 태도가 보는 사람도 다른 만큼 만드는 사람도 달리 접근해야하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세 감독은 차기작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장항준 감독은 독립장편 영화의 촬영이 돌아오는 일요일부터 진행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시간 없는데 부산에서 술도 한 잔 하고 싶고 불러주셔서 왔다"며 "독립장편영화를 빨리 찍고 '리바운드'라는 농구 영화 준비 중이고, 드라마 기획하고 있는 게 하나 있어서 하려고 생각 중이다"라고 밝혔다.
김성훈 감독은 영화 '피랍'의 촬영을 위해서 하반기 모로코에 간다고 했다. 그는 "작년에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된 것이 올해 말부터 진행돼서 모로코 가서 찍고 나면 내후년쯤 개봉하려고 하지 않을까, 다음에는 '피랍'으로 찾아오겠다"고 했다.
또 김 감독은 '킹덤' 시즌3에 대한 질문에는 "입금되는 거 봐서 하겠다"며 장항준을 향해 "작가님이 쓰고 계시나요?"라고 물어 웃음을 줬다.
이에 장항준 감독은 "(김은희 작가가) 지금 다른 걸 쓰고 있다, 시즌3는 조금 더 기다리셔도 될 거 같다"고 받아치며 다시 한 번 웃음을 줬다.
한준희 감독도 'D.P.' 시즌2를 쓰고 있다고 알렸다. 그는 "결정된 바는 없지만 'D.P.' 시즌2를 쓰고 있기는 하다"며 "당연히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해놓아야지,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입금되지 않았지만 작가님과 얘기하면서 혼자 쓰고 있다, 그래야 가자고 할 때 갈 수 있지 않으까 해서 그러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픈토크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의 장항준 감독, 김성훈 감독과 'D.P.' 한준희 감독이 참석했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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