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K의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 혁신 계획 주목된다

한겨레 2021. 10. 1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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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SK)그룹이 각 계열사의 이사회가 독립된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권한과 책임을 다할 수 있게, 이사회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혁신하겠다고 11일 밝혔다.

또 대표이사 후보 추천과 평가·보상을 이사회에 맡기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경영 현안에 대해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맡겨야 명실공히 이사회 중심 경영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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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에스케이 서린 사옥에서 화상으로 열린 ‘제3차 거버넌스 스토리 워크숍’에 참석해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에스케이 제공

에스케이(SK)그룹이 각 계열사의 이사회가 독립된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권한과 책임을 다할 수 있게, 이사회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혁신하겠다고 11일 밝혔다. 이를 위해 먼저 각 계열사의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부터, 평가·보상까지 적극 관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에스케이의 ‘이사회 중심 경영’ 선언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을 짚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행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반드시 실행하기 바란다. 또 이런 움직임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기업이 이사회를 중심으로 독립 경영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상법은 주주총회 결의로 구성하는 이사회가 기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업의 지배구조 실상은 이와 다르다. 특히 재벌 기업에선 ‘총수’라 불리는 최대주주가 그룹 단위의 보좌조직인 기획실이나 전략실 등을 통해 계열사의 임원 선임을 좌우하고 구체적인 경영 사안까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사회가 총수의 전횡이나 불법을 견제하기는커녕 정당화해주는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

에스케이의 경우 주요 계열사의 전문경영인이 주축을 이룬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가 그룹 경영의 공식적인 최고 협의기구로서 최태원 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계열사 최고경영자 선임도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후보군을 내려보내 왔다. 하지만 올해 말부터는 최고경영자에 대한 평가·보상부터 계열사 이사회에 맡기기로 했다. 후보 추천도 이사회 안에 설치한 인사위원회가 중심이 되게 하겠다고 한다.

에스케이의 지배구조 혁신 계획은 주식시장에서 ‘지배구조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에스케이는 몇년 전부터 이에스지(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해왔다. 그동안 환경보호(E)나 사회적 책임(S) 분야에선 진전을 보였으나 지배구조 개선(G)에선 저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번에 지배구조 혁신에 나섰다고 한다.

재벌 계열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은 역량 있는 사외이사들을 충분히 영입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대표이사 후보 추천과 평가·보상을 이사회에 맡기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경영 현안에 대해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맡겨야 명실공히 이사회 중심 경영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독립성은 무너뜨리기는 쉽고, 확립은 어렵다는 점 또한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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